요즘 동네서점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행복한 일입니다. 우리 삶 속에서 서점을 누렸으면 합니다.
서점과 함께 하는 아름답거나 애틋하거나 신비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 324쪽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 소제목이 붙어 있는데, 제목이 책제목입니다. 서점 주인 피크리가 책에 대해 적어 놓은 글인데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 년전쯤 어쩌다 <로링 캠프의 행운>을 다시 들춰보게 됐는데 하도 펑펑 울어서 내 도버 염가 문고판이 수해를 입는 걸 볼 수 있을 거다.“ ”가족여행이 엉망이 되어버린다는 내용이다. 이건 에이미가 가장 좋아하는 거지. 에이미와 내 취향이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이건 나도 좋아한다.“ 이런 식입니다.
소설은 섬에 있는 작은 서점 ‘아일랜드 서점’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피크리는 얼마 전 아내를 잃고 혼자 서점을 운영하면서 살고 있는데, 책 취향이 까탈스럽고 여름 휴가철에 매출이 집중되지만 신통치 않습니다. 나이틀리 출판사 영업사원 어밀리아가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학적 탐정소설이니 문학적 판타지니 하는 장르 잡탕도 싫습니다.“ ”어린이책, 특히 고아가 나오는 건 질색이고“ ”사백 쪽이 넘거나 백오십 쪽이 안되는 책도 일단 싫어요.“ ”시집, 번역본도 거의 들여놓지 않아요.“ 라고 합니다. 어느 날 에이제이가 서점 안 통로를 돌다가 두 살 먹은 아기가 그림책을 무릎 위에 펼쳐놓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메모를 보니 아이를 매우 사랑하지만 더 이상 키울수가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에이제이는 마야를 맡고 싶어하고 입양을 하게 됩니다. 이후 시간이 많은 경찰 램비어스가 찾아와 아이를 봐주고, 동네사람들도 아이를 보기 위해 서점에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노란 불빛의 서점』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 295쪽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책‘이나 ’서점‘을 중심 테마로 자신의 과거를 재구성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 것“이라고 합니다. 몇 구절과 제목만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헷갈리다가 흥미가 더해집니다. 일기처럼 소박하다가 일화가 끈덕지게 달라붙다가, 탐서주의자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출판 역사를 떠올리는 인물들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몇 구절을 옮겨 봅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서점에 간다. 아무 서점이고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그 순간 조용한 흥분에 휩싸인다.“ ”한 서점이 문을 열면 나머지 세계의 온갖 물상들이 그 문 안으로 들어간다. 그날의 날씨며 뉴스, 고객들, 책 상자들과 그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세계들이 말이다.“ ”우리가 한참 동안이나 매장을 서성거린 후에야 겨우 책 한 권을 산다 해도 서점 직원 중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 서점에서는 얼마든지 죽치고 있을 수가 있는 것이다.“ ”책은 느림을 동반한다. 시간을 요한다. 글을 쓰는 일, 책을 펴내는 일, 읽는 일이란 죄 늘어지는 일이다.“ ”책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독서가 정보 제공이나 현실도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열정에 이르는 길은 쉬 열리며 단지 인쇄물이 있다는 것만으로 아름답게 포장되는 것이다.“ ”한 권의 책, 거기서 읽은 하나의 문장으로 세상의 온갖 좋은 것, 사소한 것, 심오한 것들이 시작되었음을 나는 배웠다. 그 한 문장이 나를 다른 책으로 이끌고 다시 그 책이 훨씬 더 많은 다른 책으로 이끄는 시발점이 된 것이다.“ “전직 서적판매원이자 외판원으로서 나는 내 책장에 꽂혀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을 갖고 있었다. 한때는 그 책들을 모두 소장하려고도 해보았지만 얼마 안 가 포기했다. 지금 와서는 꼭 다시 읽어야겠다고 작정한 책들, 죽기 전엔 무슨 일이 있어도 읽으려는 책들, 미적 혹은 정서적 애착 때문에 떼어놓을 수가 없는 책들만을 간직하고 있다.” “모든 서점은, 가장 사치스럽다는 파리지앵 백화점에서부터 투산의 이름 없는 스트립몰에 이르기까지, 그 나름으로 ’이거 의외인데‘하는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30년 전 처음으로 서점에 이끌려 들어간 이래 나는 수천 번도 넘게 서점에 갔다. 고객으로, 서점 직원이나 외판원으로, 또 여행객으로 서점에 갈 때마다 나는 충만한 기븜을 만끽했다.” “서점을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옳거나 그른 것, 쿨하거나 쿨하지 않은 것 따위는 별 의미가 없다.” 책 속으로 들어가면 서점에서 모든 것을 배운 남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사치코 서점』
슈카와 미나토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 412쪽
아카시아 상점가에서 펼쳐지는 슬프거나 간절하거나 가슴 아리거나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7편의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배경은 1970년 무렵 도쿄 서민동네입니다. 고지와 히사코가 이사하고 동네 마실을 나갔다가 살인사건을 만나거나 친구들과 놀던 중 한 아이가 던진 ”가울못바다“가 무슨 뜻이냐 말에 사건의 진상을 찾아 나서거나, 주류상점에서 일하는 구니코가 서점에 드나들며 책을 좋아하는 오빠가 읽던 책 속에 메모를 남기거나, 가스미소를 운영하는 하츠에가 남편 마사오를 피해 도망쳐 온 도요코에게 정신병이 발병한다거나, 만화지망생인 남자의 방으로 동네 고양이와의 싸움에서 진 고양이 한 마리가 피신을 와서 함께 지낸다거나 합니다. 이밖에도 대학생이 되고 이 마을로 오게 된 남자, 매일 같은 시간 절에 가서 참배를 하고 기묘한 행동을 하는 할아버지에게 호기심을 가지는 구미코와 에이지 부부가 나옵니다. 이야기들은 모두 ‘사치코 서점’이라는 헌책방 주인과 연결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이끌려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중 <사랑의 책갈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이기에 가슴 아픕니다. 주류상점에서 일하는 구니코가 가게 앞을 지나는 젊은 남자를 보게 되고, 5인조 그룹 멤버 ‘사리’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다 서점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남자가 사리라는 걸 알고 그가 보고 있던 책 속에 책갈피를 끼우면서 사랑을 꿈꿉니다. 하지만 어느날 그의 생일을 기회로 자신의 정체를 알리기로 결심하지만 반전이 일어납니다. 이후 책속 쪽지와 서점주인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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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진과 책, 책과 사진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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