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에서 책으로 삶으로 나아가요 – 문장으로 꿈을 꾸거나 읊조리거나 생각을 잃거나

 

길을 걷다가 버스를 기다리다 가끔 떠오르는 문장을 읊조리다 보면 꿈을 꾸게 됩니다. 머릿속이 단순해지다 깊어지기도 하고요. 그때 읽은 책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풀려나오기도 하고, 책을 찾아 미친 듯이 책장을 넘기기도 합니다. 문장은 우리를 낯선 세계로 이끌어갑니다. 그곳에서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기도 하지요. 문장은 힘이 있습니다. 하나의 문장이 힘이 있기도 하고, 다른 문장과 연결되어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내가 읽었던 책 속 문장에 밑줄 치다가 종이카드에 옮겨적고 책장에 붙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뽑았던 문장을 새기다가 책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매일 아침 반복하기도 하고, 어느 날 마음으로 찾아갈 수도 있고, 드라마에서 발견하기도 합니다. 언어는 힘이 셉니다. 나누고 싶은 문장을 위하여 책을 읽어보시길!



1. 『월요일의 문장들』

 조안나 ∣ 지금이책 ∣ 264쪽 ∣ 2017년

저자는 서울에서 출판사 편집자로 7년을 일하다 미국 조용한 마을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습니다. 소비의 천국인 나라에 와서도 소비하지 않고 좋은 책 속에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에서 찾은 문장입니다. “겨울 말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에, 또는 봄이 되어 동틀 무렵에, 또는 한여름을 가르며 약국으로 운전해올 때 그를 소박한 충만함으로 채워준 것은 일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들이었다.” 이 기록은 매일 다른 가방에 들고 나가는 심정으로 매일 새롭게 읽었던 책에서 발견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꾸준함’과 ‘인내’에 대한 예찬론이라고. 자신은 자기 인생의 모든 장소에서 진지한 일, 독서를 했다면서, 샤를 단치의 <왜 책을 읽는가>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독서는 우리를 위로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선 오히려 우리를 낙담케 한다. 그러나 절망이 슬픈 것은 아니다.” “독서는 아주 짧은 한순간이지만 죽음을 이긴다. 그리고 작가의 작품, 즉 책은 그보다 좀 더 오래 죽음을 이긴다.” 저자는 읽고 글로 남기지 않으면 독서는 아무것도 남지 남는 ‘글자놀음’이라고 말합니다. 샤를 단치가 디지털 시대의 화려한 화면에 경고를 날린다고. 그러면서 권력과 손잡고 현재에 안주하고 싶으면 책 읽지 말라고 말합니다.
부적처럼 들고 다니는 책은 프레데리크 시프테의 <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입니다. 서문에 나오는 니체와 에밀 시오랑의 문장을 소개합니다. “하루의 3분의 2를 자기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은 노예다.” “불행한 이가 일단 통찰력을 가지면 더욱 불행해지기 마련이다. 기만하거나 물러설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교양 있되 정념 없는 삶’을 살고 싶다면 곁에 두고 읽어보라고 말합니다.
페소아의 <불안의 서>에서 뽑은 문장은 나에게 와닿았습니다. ‘창작의 비밀’이라는 내용이어서입니다. “결코 완성되지 않는 작품은 졸작에 불과할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아예 시작도 하지 않은 작품보다 더 졸작일 수는 없다! 완성된 작품은 최소한 탄생이라도 했다. 분명 대단한 명작은 아닐 것이나 그래도 노쇠한 내 이웃 여자의 유일한 화분에 심어진 화초처럼, 초라하게나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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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 다산초당 ∣ 320쪽 ∣ 2020년

“책과 문장이야말로 우리가 힘들 때 꼭 필요한 위로를 건넨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오래 하면 책은 우리에게 어떤 요구도 하지 않고 대가도 바라지 않으니까요. 그저 묵묵히 곁에 서서 우리 스스로 마음속 깊은 곳을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주죠. 게다가 책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교감의 매개 역할도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저자가 공감하고 위로받았던 인생의 문장들을 담았습니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에서, 과거에 비해 풍족하지만 현재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채찍질하는 사회 때문에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해결책으로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거나 예술작품을 통하여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허수경 시인의 에세이 문장도 소개합니다. “이 도시에서 나는 혼자 걸어 다니는 이방인이었다. 오랫동안 몸 없는 유령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 낯섦을 견뎌내는 길은 걷는 것 말고는 없었다. 걷다가 걷다가 마침내 익숙해질 때까지 살아 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자신의 외로움을 잠시 덜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마다 큰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던 프랑스 소설가 폴 브루제 문장도 적었습니다. “용기 내어 생각하는 대로 살아라! 그러지 않으면 당신은 머잖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자신을 살피고 자신과의 관계를, 자신의 세계를 살피는 문장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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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드라마의 말들』

오수경 ∣ 유유 ∣ 218쪽 ∣ 2022년

오수경 작가는 신문 칼럼에서 자유기고가 글로 만나고 책을 찾았습니다. 작가는 그 많은 드라마를 언제 다 보냐는 질문에 “책 읽는 시간이나 자는 시간을 줄여서 봐요.”라고 대답합니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자신을 ‘드라마 덕후’라고 말합니다. 영화와 책 못지않게 드라마도 인간과 사회를 들여다보는 유용한 텍스트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드라마 감상을 페이스북에 꾸준히 올렸고, 각 회차 장면의 의미를 정성껏 해석해보려 노력했다고. 그러다 월간지 편집장의 제안으로 글도 쓰고 강의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외롭고 버거웠던 하루를 잠시나마 잊게 해 준 말들’ ‘타인을 이해하는 단서가 되어 준 말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해하며 해석하게 해 준 말들’을 소개합니다.
tvN에 2013년 나왔던 <식샤를 합시다>입니다. 드라마는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을 현실적으로 재현하고 현대인의 고독을 다루는 내용이라고 소개하고, 수경이 사는 ‘황실오피스텔’이웃들과 함께 한 식사공동체가 잠시 깨지고 홀로 김밥을 먹으면서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반려견에게 조용히 물으면서 말을 합니다. “삶은 왜 혼자 먹는 저녁밥 같을까?”
“인간이든 사회든 적당히는 아파야 성숙해지는 법이다. 남의 고통 헤아리는 것,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의 기본이지.” 강은서와 김선희의 <신의 퀴즈:리부트>에 나왔던 말입니다. 의사 한진우와 아버지의 친구 장규태와 대화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고통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남의 고통을 헤아리고 서로를 돕는 사회적 감각이다.”라고 말합니다.
한준희. 김보통 에는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라는 말이 나옵니다. 2021년 넷플릭스에 나왔던 드라마입니다. 아버지의 가정폭력과 사회에서의 멸시를 피해 도망치듯 입대한 주인공이 더 강력한 불합리와 폭력을 만나면서 끊임없이, 이런 대사를 반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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