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골목길 산책

 

깊어가는 가을, 산책하기에 딱 좋은 계절입니다. 유명 관광지도 좋지만 편한 복장으로 우리 동네 골목길 산책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요즘은 높은 빌딩과 아파트 단지가 많다 보니 어린 시절 동네 놀이터 역할을 했던 골목길 찾기가 쉽지 않아 아쉽습니다. 이번에는 서울의 골목에 대한 책 3권을 소개합니다. 작가들과 함께 골목 산책해 보시겠어요?



『골목의 시간을 그리다』

정명섭, 김효찬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1년 | 320쪽

소외된 역사적 사실에 관심이 많은 정명섭 작가와 일상의 사소한 것들도 흘려버리지 않고 애정 넘치는 드로잉으로 표현해 온 김효찬 작가가 서울 골목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담아낸 책입니다. 소공동과 명동, 광장시장, 해방촌, 세운상가, 이화벽화마을, 충무로, 문래 창작촌, 동묘 벼룩시장, 락희거리, 피맛길 등 책 속에서 소개한 서울의 골목길들은 시대가 거듭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쌓이게 된 공간입니다. 책을 통해 역사의 주인공에게 가려져 주변으로 밀려난 골목의 생애에 대해 생각해보고, 점차 사라져가는 골목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골목길은 이렇게 기록을 남겨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성공과 발전을 향한 우리의 성급한 발걸음이 묵묵히 곁을 지켜주던 친구 같은 골목길을 사라지게 만든 것은 아닌지…. 역사적 유물이나 특별한 기억이 있는 장소가 아닌 골목길을 굳이 탐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항상 곁에 있을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사라져버려 쉽게 찾을 수 없게 되어버린 골목길을 위해 우리가 시간과 돈을 들이는 이유는 아마도 그곳을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한다. 어디로 가야 한다는 초조함이나 반드시 가야만 한다는 강박 대신 흐르는 강물처럼 이어지는 골목길을 걷는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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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인문학』

임형남, 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 372쪽

<EBS 건축탐구-집>에 출연 중인 건축가 임형남, 노은주 부부가 함께 쓴 책으로 서울의 골목, 우리나라 여러 지역의 아름다운 골목, 몇몇 나라의 숨겨진 골목의 풍경과 역사를 그려냈습니다. 골목은 장소와 장소 사이의 틈이며, 하나의 장소입니다. 장소의 속성은 머무름을 전제하지만 골목은 흘러가는 길이면서 또한 머무르는 장소입니다. 큰길에서 꺾어 들어가면 만나는 골목은 소통이 이루어지고, 교류가 이루어지며, 시간이 담기고 사람 이야기가 담깁니다. 도시화의 진행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골목, 무분별한 재개발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우리의 삶이 담겨있는 골목의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해 봅니다.
 
“옥인동 골목은 예전에 오랫동안 골목이 있었고 소나무숲이 있었던 곳이 근대를 거치며 메워지고 채워진 곳이다. 그래서 그곳에서 예전의 자연을 느끼기란 쉽지 않지만, 땅의 흐름과 골목의 흐름 속에 예전의 자취가 점점이 박혀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휘젓지 않으면 절대로 모습을 보여주지 않지만, 이야기를 듣고 들어가면 오래된 문이 열리듯이 시간의 문이 열리며 우리에게 장관을 보여주는 곳이다.”
 
“도시에는 무수한 골목이 있다. 그리고 사람의 몸처럼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골목이 잘 살아있고 건강해야 도시 또한 생기 있게 살아나는 것이다. 큰길이 과시와 소비와 속도를 위한 것이라면, 골목은 그 도시의 맨얼굴이며 그 도시의 정체성이며 또한 삶의 여유를 주는 공간이다. 뒤늦은 개발로 얼마나 큰 이익이 생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의미 있는 골목들이 사라지는 사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오래된 수도라는 서울의 역사성과 정체성은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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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역사산책:서울편』

최석호 지음 | 시루 | 2018년 | 384쪽

스스로를 ‘역사산책자’라고 지칭하는 최석호 박사의 책으로 독자들이 골목을 걸으며 역사의 현장에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어떻게 ‘나’와 연결되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게끔 안내합니다. 부암동, 정동, 북촌, 서촌, 동촌 등 서울의 다섯 지역을 ‘역사산책’의 장소로 삼아 각 지역의 역사적 배경과 역사적 인물을 소개하고, 산책로를 지도와 함께 설명합니다.
 
“북촌은 늘 그대로지만 항상 새로운 곳이다. 예나 지금이나 조선 집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500년 된 조선 집은 없다. 조선 건국에서부터 망국까지 언제나 고귀한 선비 동네다. 그러나 개국공신에서 북학파로, 북학파에서 개화파로 북촌 선비들은 변신을 거듭했다. 일제가 조선을 차지하고도 감히 북촌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이유다. 서촌을 친일매국한 윤덕영과 이완용이 북촌만은 손대지 못한 까닭이다. 나라는 빼앗겼을망정 북촌은 내놓지 않았다. 북촌, 조선 건국의 터전이자 마지막 싸움터다. 조선강토는 빼앗겼어도 북촌 선비정신은 빼앗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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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 사서

도서관 인생 16년.
오늘도 도서관으로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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