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마침 계절도 봄입니다. 봄은 모두가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샘솟지요. 올봄에는 나들이 계획을 잡을 때 여행지에 있는 책방을 넣어보는 건 어떨까요? 오래된 책방이든 유명한 책방이든 저마다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엄청 들려주고 싶어 하는 걸 느낄 겁니다.
그것뿐인가요? 책방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낭만적이고 지적인 분위기에 빠져들 수 있는 최적의 맞춤 공간으로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매력도 있답니다. 그곳에서 책장을 천천히 넘기다 보면 지친 삶을 위로받기도 하고, 우연히 좋은 책을 만나는 행운도 얻게 됩니다.
특히 4월 23일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세계 책의 날)도 있으니, 책과 함께 하는 의미도 보탤 수 있겠지요, 그런 책방으로 여러분을 안내하는 생동감 있고 다정한 그림책 4권을 소개합니다.
1.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
마리야 이바시키나 지음, 벨랴코프 일리야 옮김 | 윌북 | 2024년 | 68쪽


이 그림책에는 세계 각국에 있는 서점들이 등장합니다. 전 세계의 단어를 수집해서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으로 우리에게 따뜻함을 주었던 마리야 이바시키나가 이번에는 세계 곳곳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그곳만의 역사를 간직한 서점들을 소개합니다.
책장을 넘기면 우리는 작가의 다정함이 묻은 은은한 색감의 그림들로 펼쳐진 세계 각국의 서점들로 걸어 들어갑니다. 서점들은 저마다의 이야기와 빛깔들로 우리를 맞이합니다.
탱고 극장이었던 곳, 아침 10시 47분에 문을 여는 곳, 한때 선장의 집이었던 곳, 광역 전철이 다니는 긴 다리 아래, 13세기 교회 건물, 100년 된 바지선 등이 모두 서점입니다. 그뿐입니까? 세상에서 가장 큰 야외 서점, 곤돌라를 책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 에게해를 바라보며 테라스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 책 한 권만 있는 단 한 칸의 방까지 둘러보다 보면 이렇게 매력적인 서점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특별히 우리나라의 독립서점으로 제주의 ‘소리소문 책방’과 경남 양산의 ‘평산 책방’이 전 세계 서점 25곳 안에 함께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 제각각의 서점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로 힘차게 문을 열고 우리를 맞아 준다는 사실에 언젠가는 외국의 저 서점 중 한 곳에라도 꼭 가보리라 다짐하며 마음속으로 무한 여행을 합니다.
여행지에서 길을 걷다 서점이 눈에 띄면 그곳으로 들어가 보세요. 그 안에서 여기저기 서성거리다가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아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읽어본다면 훨씬 더 여유로운 여행이 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딘가에 나의 서점도 있지 않을까요?
2. 『세상에서 가장 멋진 책방』
히구치 유코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21년 | 104쪽


얼마 전 ‘더 현대 서울’에서 《유코 히구치 특별전: 비밀의 숲》이 성황리에 개최되었습니다. 작가는 우리나라에 헝겊 고양이 양코 시리즈 『세상에서 네가 최고야』, 『세상에서 아빠가 최고야』로 알려진 일본 아티스트입니다. 떠오르는 영감에 따라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작품을 통하여 독특한 개성을 추구하는 작가의 세 번째 그림책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책방』입니다.
이 책방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저마다 원하는 이유로 찾아옵니다. 부리가 있는 생물을 위한책을 찾기도 하고, 몬스터가 나오는 이상한 책을 팔러 오기도 하고, 몸집이 작은 불가사리와 땅밤처럼 책을 읽기 좋아하는 손님들도 옵니다. 보석이 궁금한 금붕어 손님, 멋 내기 좋아하는 소녀들, 고양이를 좋아하는 외눈박이 손님들 등 독특한 손님들로 책방은 늘 성황을 이룹니다. 특이한 점은 그들은 모두 책방 주인이 찾아주는 책들에 대해 만족해한다는 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 맨 앞에 ‘어느 작은 책방의 수수께끼 같은 주인 이야기’라고 적혀있군요.
시리즈 1, 2권에서 활약했던 단골손님 양코와 마법에 걸린 개, 그리고 심술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가 이번 책에도 이어서 등장하면서 세 권의 책은 마치 한 권처럼 연결됩니다. 물론 책방 주인인 누나 고양이도 전작에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였지요. 세밀한 펜 작업의 그림들은 섬세하게 표현된 색감과 어우러져 작가의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합니다. 당장이라도 저 멋진 책방 속으로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군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책방 나들이를 원한다면 작가의 뚜렷한 개성과 생생한 이야기가 만들어낸 이 그림책을 들고 떠나보심을 추천합니다.
3. 『책방이 사라졌다!』
케이티 클랩햄 지음, 커스티 뷰티맨 그림, 박원 옮김 | 찰리북 | 2019년 | 100쪽


삼 년 전에 들렀던 책방에 올해 다시 가보니 그 자리에 다른 가게가 들어와 있습니다. 책방이 사라진 이유를 운영의 어려움이라고 추측해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돌아섰습니다. 이번 책은 그런 독립 책방들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남아있기를 바라는 소망으로 골랐습니다.
글이 조금 긴 책이지만 그림에서 보여주는 인물들의 표정을 따라가며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독립 책방을 응원하다 보면 전혀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밀리에게 동네에 있는 오래된 ‘민티 책방’은 정말 소중한 장소입니다. 매일같이 드나들며 민티 할머니의 책 읽기 시간에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밀리는 오래되어 낡아가는 책방과 머리가 하얗게 새어 버린 민티 할머니를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방이 다른 가게로 바뀌게 될까 봐 걱정이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밀리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민티 책방은 ‘무기한으로 책방 문을 닫습니다’는 안내문이 붙더니 며칠이 더 지나자 ‘가게 팝니다’라는 간판이 내 붙습니다. 밀리는 그렇게 책방이 없어지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속상해하며 좌절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새로운 책방 주인을 찾기 위한 대책을 마련합니다.
문 닫을 수밖에 없는 책방을 되찾기 위한 방안은 밀리와 지역 사람들의 노력이 함께 한 공동체의 힘이었습니다. 작가가 공동체의 힘을 강조한 이유가 있습니다. 작가 역시 독립 책방 주인으로 책방에 오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고르고,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한 체험들의 소중함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티 책방 같은 장소들이 지역에서 얼마나 소중한 보물창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곳을 드나들어 본 사람이라면 깊이 공감할 것입니다.
오늘도 많은 ‘민티 할머니’들이 활짝 문을 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4. 『책방 고양이』
이시카와 에리코 지음, 신명호 옮김 | 여유당 | 2023 | 48쪽


설마 밤마다 책방에서 이런 일이 정말로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책 속의 주인공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는 유쾌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책방 이야기이니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맘껏 즐겨보세요.
책방 주인인 고양이는 책방 문을 닫으면 늘 산책을 합니다. 오늘도 책방 고양이는 마지막 꼬마 손님을 보내고 일찍 문을 닫고 산책길에 나서는데, 그만 서둘러 나오느라 창문 닫는 걸 깜빡했습니다. 책방 문이 닫히자마자 창문으로 강한 바람이 들이닥쳐 그림책들을 펼치더니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창밖으로 데려가 버립니다. 그들은 피노키오, 신데렐라, 장화 신은 고양이, 라푼젤, 늑대와 아기 돼지 삼형제 등 전 세계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입니다. 바람에 날려 간 피노키오는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있고, 신데렐라는 유리구두 한 짝을 잃어버려 울상이고, 상상이 유쾌합니다. 서가에 놓인 책들 표지에서 샤를 페로와 그림 형제 옛이야기, 안데르센 동화 등의 제목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연필, 수채화 물감, 색연필 같은 재료로 그림 그리기를 고집하는 작가의 환상적인 그림까지 볼거리 대방출입니다.
첫 장면에 등장하는 책방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계단으로 이어진 넓고 높은 책방은 검은 연필 선으로만 그려내고 나머지는 최소한의 절제된 색깔만 사용하였습니다. 꼬마 손님이 건네주는 달랑 책 한 권에만 있는 빨간색과 양쪽 벽 작은 전등에만 있는 노란색 덕분에 책방은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를 냅니다. 작가는 털 하나하나를 선으로 그려 넣어 고양이의 형태와 움직임을 표현하고, 공간감을 더해 주인공들이 바람에 날리는 장면을 박진감 있게 표현합니다.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책방 고양이가 책 속 주인공들을 무사히 찾아내어 모두 자신의 등에 태우고 함께 돌아올 때의 배경 역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은은한 파스텔 색감의 저녁노을은 아름답기 그지없고, 임무를 끝낸 책방 고양이가 잠든 집은 노란 초승달과 함께 포근합니다. 등장인물 중 아기 돼지 삼 형제와 늑대 그리고 사과를 든 마녀 할머니의 에피소드는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미소짓게 합니다.
이런 신나는 책방은 어디에 있을지 이번 봄에 나들이 하면서 찾아볼까요?

어른 그림책 연구모임
어른그림책연구모임 – 손효순
그림책으로 열어가는 아름다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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