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는 고인류를 분류하는 학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생각이란 ”어떤 관념에 도달하기 위한 의식적인 정신적 과정”으로, 현존하는 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를 통해 추상적 개념을 표현하고 예술과 문화를 창조하고 사회적 협력을 끌어냈다. 라고 한다. 물론 지금 현존하는 호모 사피엔스 후예들 생각이다. 너무 당연해서 굳이 궁금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사피엔스』 책 덕분에 궁금해졌다. 유인원 중 현재 지구의 주인(?)인 양 살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가 어떤 변화의 과정이 있었는지 서술한 이 책에서, 인간 뇌의 발달은 언어의 발달과 맞물리고, 언어로 정보를 주고받은 존재가 된 사피엔스들이 끊임없이 말하고, 쓰고, 상상하고. 창조하고 연대했다고 한다. 인류사를 다룬 이 책과 논픽션 두 권을 묶어, 언어로 인한 표현과 정보와 그 이상을 상상한다.
1.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 김영사 ∣ 2015 ∣ 636쪽
이 책으로 유명해진 이스라엘 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류사를 4단계 큰 변화로 서술했다. 1장 인지 혁명에서 ”사냥을 전략적으로 하고 대량 학살이 가능한 종이 된 사피엔스의 확장은 나머지 종의 멸종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2장 농업혁명에서는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인류가 번성했다는 우리의 생각이야말로 인류 최대의 사기라 칭하고, 진화와 어긋나는 농업은 인간에게 지나친 노동을 강요하고, 잉여 작물로 인한 불공평을 가져왔음을,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이제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비틀며 유쾌하게 풀고 있어 충격적이고 신선하다.
3장 인류의 통합에서는 경제, 화폐. 정치의 질서와 종교를 언급했고, 무지를 인정하면서 발달했다는 과학의 혁명 4장에서는 인류의 미래를 짐작하게 하면서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간이 언어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가 되면서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고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화폐, 종교가 경제와 어우러져 제국이 되고, 국가의 정복이 시작되었다 풀었다. (논란이 된 제국에 대한 그의 견해는 여기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제국의 확장을 과학의 발달과 맞물려 식민지 건설이 가능해졌음을 증명하는 예시는 매우 공감이 갔다. 유례가 없는 평화의 시대인 현재는 소비의 시대로,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만의 특징인 언어가, 그리고 그 언어가 지어내는 이야기와 허구를 믿는 집단인 인간의 상상이, 인간을 연대할 수 있게 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우리 모습이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적 지식이나 일반적인 정보만 가지고는 충격적이거나 매우 흥미로운 주장을 접하기 쉽지 않다. 그에 반해 책을 통한 정보들이 일반적이지 않은 진리의 이면들을 깨닫게 할 때가 있다. 이처럼 반향을 일으킨 책을 접하면, 상상력이 최대치로 끌어올려지고, 생각지 못한 가능성이 확장된다.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통의 역사서와 달리 이 책은 시간과 공간을 달리 정리하고 공감이 되는 예시와 통찰력 있는 주장을 하고 있어, 읽으면서 생각하게 한다. 책을 읽음으로 하게 되는 멋진 경험이다.
2. 『목수 일기』
김진송 ∣ 웅진닷컴 ∣ 2011년 ∣ 288쪽
작가나 예술가라기 보다는 글을 쓰는 목수라 불리길 원한다는 이 책의 저자는 이미 소개한 『상상 목공소』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10권이 넘는 저서는 학술서,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하다. 미술사를 공부하고 편집자로 전시회를 기획했으며, 목수로 물건을 만들어 열 번의 <목수 김 씨> 전을 열었으니 예술가이기를 거부하기에는 너무 창작물들이 넘친다. 그가 고향에 기거하면서 버려지거나 구할 수 있는 나무로, 탁자와 의자를 만들어 스스로 목수라 칭하고 각각의 나무들이 어떤 특성이 있으며 그것으로 무엇을 어떤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는지 기록한 이 책만 봐도 그는 원하든 원하지 않던 작가이다. 목수의 물건에 대한 단순한 기록이라기 보기엔 그의 경험들이 흥미롭고 생각이 깊어, 곱씹게 된다. 지식과 노동의 경계, 예술과 삶의 경계에 대한 작가의 숙고는 삶에 대한 성찰로도 이어진다. 나무에 기생하면서 사는 벌레와 곤충과 동물들을, 목수인 자신과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하기도 하는 그의 성찰이 경건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피엔스>를 읽어서이기도 하다.
지금은 지구의 어딘가에 태어나 살고 있는지가 과거 100년 전보다는 덜 절대적(?)이다. 서울의 사대문 안이거나 강진의 도암리나 크게 다르지 않고, 보츠와나에 태어났어도 뉴저지에서 태어났어도 모두 지금의 올림픽을 경험한다. 과학혁명은 이처럼 공간이 좁아지고 시간의 격차도 덜 느끼게 한다. 서로 다른 언어도 별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대와 공간을 넘어 예술을 공유하게 하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글쟁이 목수가 대한민국 남양주, 그의 고향 마을에서 만든 물건을 기록한 이 글은 번역만 제대로 된다면 시간과 공간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 곳에서도 글쓴이의 상상과 성찰이 충분히 공감이 갈 만하다. 그의 그림 솜씨 덕에 그가 만든 물건에 대한 궁금증도 더하게 하는 이 책이 좀 더 대중적인 관심을 받기를 바란다.
3.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제임스 설터 ∣ 마음산책 ∣ 2020년 ∣ 447쪽
제목이 끌려 산 책이다. 작가에 대한 사전 정보는 없었지만, 작가 소개를 읽고, 그가 꽤 유명한 미국 소설가라는 것을 알았다. 책 소개 사이트 극찬이니 감안하더라도 그는 제목만으로도 어쩐지 알 것 같은 영화<사냥꾼들>의 원작자였다. 1925년 뉴저지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성장한 그가 군인으로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다 하니 놀라웠다. 군인의 이력을 던지고 작가로 변신해서 소설로 유명해졌다니 흥미로웠고 특히 그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이 모든 게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에요.”라는 말에 이 책을 사서 읽었다.
앞의 책 호모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가 ”기원후 천년 어느 스페인 농부가 잠이 들어 5백년 후 깨어나면 세상이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 21세기 지금 깨어난다면”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 책은 100년 전, 1925년 미국에 태어나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작가의 일상을 알 수 있는 에세이임에도 공상과학 소설보다도 잘 읽히지 않았다. 내가 살았던 시기와 불과 50년도 차이 나지 않음에도 그가 기고한 글이 구석기 시대보다 낯설었다. 차라리 구석기 시대는 역사적으로 짐작이 되는 틀이 있고 상상이 가는데 1970년대 작가의 고민과 삶의 경험들은 지금 나의 경험과 고민과 거리가 있다. 마치 동떨어진 고립된 곳의 특별한 사람 이야기 같아 낯선 프랑스 영화처럼 정신없고 산란하다. 그럼에도 참고 읽은 것은 그의 언어(영어)가 비록 내가 사용하는 언어와 다르지만, 표현하려는 작가의 생각, 긴 시간 그 작업을 이어 온 작가의 노력이 느껴져서이다.
내가 나만의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기만 하지 않고 내 생각을 넣어 이리 서평을 쓰는 것은, 작가가 사는 내내 글을 써 기고하고, 그 기록을 남긴 이유와 아주 작지만, 맥이 닿는다고 느꼈다. 왜 쓰는지? 이 부질없는 행동을 끊임없이 하는 이유로, 작가의 표현대로 쓰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아서 아닌가? 그런 생각이다. 물론 내가 사라지고 나면, 내가 쓴 글들의 흔적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가 여기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로 지금의 나를 글로 표현하려고 무언가 쓰듯이 그의 글이 그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애라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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