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이 전하는 60+독서 이야기’는 10명의 문인들이 각자 자신의 시선으로 60+독서를 바라본 시리즈입니다.
다시 독서의 재미를 찾으시길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독서는 늘 어렵습니다. 글 쓰는 것이 직업이 된 이후로 저의 독서는, 즐거움이 아니라 책임감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도 책을 읽는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는 편입니다. 모임이라도 하지 않으면 게을러지기 마련이거든요. 이런 저이기에 혼자 책 읽기가, 누군가에겐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걸 잘 압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엔 한때 즐거운 독서를 하셨던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바쁜 삶을 살다 보니 그 즐거움에 대해 잊고 지낸 것이죠. 다시 독서를 시작하려니 막막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는 그저, 다시 독서의 재미를 찾으시길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학생 시절에 저는 세계 고전 명작을 많이 읽었습니다. 지금도 고전을 좋아하고 몇 번이고 다시 읽는 편입니다. 그러나 일단 멀어졌던 책에 가까워지고자 하는 분들에겐 고전 명작을 추천하진 않습니다. 고전 읽기는, 말하자면 자율학습이라 하겠습니다. 고전 명작 목록은 이미 수도 없이 많이 나와 있고, 인터넷을 통해서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관심이 있으시면 검색해보셔도 좋을 것입니다.
작품을 찾아보는 과정 중에 자신의 취향과 안목이 쌓여갑니다.
대신에 제가 추천해드릴 장르는 에세이입니다. 특히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쓴 에세이라면 더 좋겠습니다.
에세이는 주로 작가의 경험이나 생각을 가벼운 문체로 쓴 것이라 어렵지 앖습니다. 침대 머리맡에 두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지요. 특히 당대 젊은 작가들의 에세이에서는 얻을 수 있는 것들도 많습니다.
나와 닮은 삶에선 공감을, 나와 다른 모습에선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잊고 있었던 젊은 감각을 다시 깨워줄 수 있는 텍스트론 에세이가 어울립니다.
물론 에세이도 좋은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이 있을 겁니다. 그야말로 느끼는 바 없이 신변잡기만 늘어놓은 글이 있을 수도 있죠. 그러면 대체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혼란스러우실 때도 있을 겁니다. 저는 특별한 작품을 추천하기보다 이것저것 찾아 읽길 권합니다. 여러 글을 읽고, 그 와중에 자신의 마음에 드는 글을 찾고, 마음에 맞았던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는 과정 중에 자신의 취향과 안목이 쌓여갑니다. 실패한 독서도 저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권하는 추천작 목록을 독파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초로만 삼고, 결국엔 주체적인 독서를 하길 바랍니다. 스스로 찾아보고 이런저런 독서 경험을 늘려가고, 더 나아가 스터디나 강좌를 통해 읽은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아니면 SNS나 블로그를 통해 독서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겠네요. 독서 기록을 꾸준히 쓴다면, 단 1, 2년 만으로도 내 독서 취향이 많이 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과거의 어설픈 내 기록들이 현재의 나 자신으로 인해 갱신되는 건, 꽤 짜릿한 기분입니다. 우리는 책 읽기를 통해 자신이 변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겪지만 그것을 쉽게 체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독서 기록을 남기면 스스로의 성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서는 읽는 이의 생각을 바꿔주고,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꿔주고, 나아가 삶을 바꿔줍니다.
주로 독서를 통해 글쓰기가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서 기록이나 일기 같은 가벼운 글쓰기부터 시작해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을 쓰기 시작해보세요. 그러다 조금 더 욕심이 생겨 문학 작품을 하나 완성 시키고 싶단 욕망도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글쓰기도 주체적인 독서에서 비롯됩니다. 글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쓸 수밖에 없는 것이죠. 쓰고 싶다-란 욕구야말로 자아실현과 결부되지 않을까요.
여러분들도 그리고 저도 독서의 재미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독서는 읽는 이의 생각을 바꿔주고,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꿔주고, 나아가 삶을 바꿔줍니다. 이는 제가 경험한 바이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네요. 은둔형 외톨이였던 제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독서를 통해 경험했으니까요.
그럼 다음엔 책을 통해 만나 뵙겠습니다. 서로 몸은 떨어져 있지만, 책 안에서 영혼을 교류하는 친구가 되길 바랍니다.
권민경
권민경 시인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가 있다.
고양시에서 고양이와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