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미 그림책작가가 전하는 60+독서이야기




‘문인들이 전하는 60+독서 이야기’는 10명의 문인들이 각자 자신의 시선으로 60+독서를 바라본 시리즈입니다.


다시 그림책을 펼쳐 든 이모에게

 

이모!
언제 불러도 다정하고 편안한 이모.
엄마는 도무지 해 줄 것 같지 않던 그 수많은 것들을 기꺼이 해 주던 발랄한 이모.
그런 이모가 벌써 60대라니! 깜짝 놀랐지 뭐야.
내 나이는 생각도 안 하고 이모 나이만 세고 있다고?
그러게 말이야. 나 역시 주름이 늘어가면서 이모 나이만 세고 있었네.
이모는 언제나 청춘일 것만 같고, 늘 그대로일 것만 같아서 그랬나 봐.
나는 아직도 이모가 사주었던 인어 공주 그림책이 기억나.
사랑에 속아 우는 인어 공주는 바보, 맹추라던 이모의 말도 함께.
그런 이모가 그림책을 좀 권해달라고 해서 살짝 놀랐지 뭐야.
이모가 인생 선배지만 책에 대해서는 내가 더 선배니까 책을 권해달라는 이모의 말에
난 고민이 많아졌지. 이모가 왜 갑자기 그림책을 읽으려는 걸까? 그림책 테라피에 빠졌나?
혹시 벌써 할머니 될 준비를 하는 걸까? 늦게라도 그림책 작가를 꿈꾸나?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그림책을 읽으려는 이유 역시 이모다웠어.
책을 읽고 싶은데 그림책이 글씨 적고 그림 많아서 읽기도 편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말!
많은 사람들이 그림책에 대해 쉽게 갖는 생각인 것 같아.

접근성이 쉬워서 누구나 읽기 편한 그림책은 생각보다 깊고 울림이 큰 책인 것 같아.
때로는 요란하고 가끔은 시끌벅적했던 이모의 삶과 그림책이 어울리나?
그랬더니 이모의 삶은 생각보다 그림책과 가까이 닿아 있었더라고.
편견에 맞서고, 언제 어디서나 자기 역할에, 제 이름에 충실한 아름다운 미자(오! 미자- 박숲, 노란 상상)와 같았고, 우리 집 남의 집 아이 할 것 없이 어떤 아이에게도 늘 듬뿍 사랑을 주는 모습이 악어를 돌보는 파랑 오리(파랑 오리- 릴리아, 킨더랜드)와 같았더라고.



이모의 삶 속에 어우러졌던 사람들과 울고 웃으며 함께 했던
사건, 사고들이 다 그림책 속에 녹아 있더라고.

 

어디 그뿐인가?
이모가 운영했던 목욕탕을 떠올리면 장수탕 선녀님(장수탕 선녀님- 백희나, 책 읽는 곰)도 떠오르고, 엄마 없이 와도 신나게 놀 수 있는 문어 목욕탕(문어 목욕탕- 최민지, 노란 상상)도 떠오르더라.
이모가 운영했던 식당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게.
생각해보니 이모의 삶 속에 어우러졌던 사람들과 울고 웃으며 함께 했던 사건, 사고들이 다 그림책 속에 녹아 있더라고.
어른들이 그러잖아. 내 삶을 돌이켜 보면 책 수십 권 쓸 수 있다고!
이모도 이모 삶을 그림책에 담아 보고 싶은 거지?
그럼 앞으로 그림책에 매력에 더 빠져 보면 좋을 것 같아.
그림책은 아이들만 읽는 책이 아니라는 거 이제 이모도 알잖아.
때로는 사소한 이야기로 가볍게 툭 건드리고 가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또 묵직하게 마음을 건드리고 가는 게 그림책이라는 거 말이야.


인생은 60부터, 아니 독서도 60부터!

 

잔소리 그만하고 그림책 좀 권해 보라고? 알았어.
대포알 심프는 어때? 버림받은 개 심프가 서커스단에서 내쫓기기 직전의 어릿 광대를 만나
인생 역전하는 이야기거든. 인생 60부터라고! 후회되거나 억울했던 것은 다 잊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때 응원가가 되어 줄 책이야.
조금 신나는 이야기는 없냐고?
너무 많지. 한 밤중에 남의 빵 공장을 폭파 시키는 귀여운 고양이들의 이야기부터 (우당탕탕 야옹이 시리즈- 구도 노리코, 책 읽는 곰)
여름 휴가를 떠나는 할머니와 수박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할머니의 여름 휴가- 안녕달, 창비, 수박 수영장- 안녕달, 창비)
읽을 책이 너무 많다고?
이모도 참 이제부터 천천히 읽으면 되지 뭘 그래.
인생은 60부터, 아니 독서도 60부터!


최형미

최형미 그림책작가
 
서울에서 태어나 국문학과 문예 창작을 공부했어요. 2004년 <어린이 동산> 중편 동화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동화작가가 되었어요.
첫 책 <스티커 전쟁>을 시작으로 때로는 친구처럼 어린이들의 마음을 다정하게 어루만지고 때로는 엄마처럼 따뜻하게 토닥여주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잔소리 없는 엄마를 찾아주세요> <엄마 어릴 적에><시간 부자가 된 키라> <키라의 감정학교> <소문 바이러스>등등 여러 권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