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이 전하는 60+독서 이야기’는 10명의 문인들이 각자 자신의 시선으로 60+독서를 바라본 시리즈입니다.
‘독서가 누적되고 그 메모들이 모이게 되면 ‘나만의 그림책’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활자가 많은 책보다 동화책이나 그림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시간이 나면 산책 삼아 서점이나 도서관에 자주 간다.
책이 있는 곳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으로 시간을 보내다보면 마법처럼 멋진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최근에 읽은 책은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이다. 아기와 할머니의 시간성과 따듯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아름답다. 영상이 압도적인 시대에 책의 물성을 특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특별한 재질로 이루어졌다. 손끝으로 책장을 넘기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동시에 미래의 ‘나’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을 때 곁에 메모장이나 스케치북을 두고 그림을 따라 그려 본다거나 떠오르는 모습들을 마음껏 그려봐도 좋다. 독서가 누적되고 그 메모들이 모이게 되면 ‘나만의 그림책’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문구사에 가서 필기구를 사고 오늘부터 자신의 이야기 한 두 줄, 그 내용과 어울리는 그림 몇 장을 기록해보는 것은 어떨까?
독서를 할 때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페이지를 하나하나 읽을 필요는 없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산책을 하다가 혹은 영상을 오랫동안 보다가 눈이 피로할 때 책을 펼쳐보면 된다. 물을 마시듯 가볍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슬쩍 보고 덮으면 된다. 때로는 책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도 좋다. 여기저기 책을 배치하면 더 좋다. 가방, 에코백, 자동차, 거실, 침실, 작업실, 화장실, 다용도실 등 손이 닿는 곳마다 책들을 두고두고 읽으면 더 좋다.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부터 관심이 없는 분야까지 두루 읽다보면 자기만의 패턴이 생길 것이다.화장실에서는 잡지나 만화책, 침실에서는 건축 관련 책, 자동차에서는 요리책, 대중교통에서는 시집 등 공간에 따라 속성이 다른 책을 배치하면 흥미가 생길 것 이다. 만나는 사람과 공간에 따라 우리의 옷차림이 달라지듯이 책도 자신의 기분과 취향에 따라 골라서 읽으면 재미가 더 할 것이다.
‘누구나 책을 읽지 않는 시대이긴 하지만 책에 한 번 빠진 사람은 계속 책을 찾는다.’
누구나 책을 읽지 않는 시대이긴 하지만 책에 한 번 빠진 사람은 계속 책을 찾는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적 호기심을 풀어내는 데에 책만큼 좋은 도구는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독서를 할 때 천천히 읽었으면 한다. 눈으로 빠르게 읽는 것도 좋지만 한 문단, 한 문장, 단어 하나하나, 쉼표와 마침표까지 아주 느리게 텍스트를 대했으면 한다.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의미파악도 중요하겠지만 독서를 단순한 정보전달이나 시험 문제를 푸는 학생처럼 마주하지 않았으면 한다.
책을 읽는 행위는 어쩌면 잠시 나의 시간을 멈추고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접속하는 일일 것이다. 그 행위 자체에 집중했으면 한다. 하루 종일 한 페이지 아니 한 문단 밖에 못 읽게 되더라도 그것을 소리 내어 읽어도 보고 그 글의 내용을 토대로 머릿속으로 장면화시켜보기도 하면서 독서를 했으면 한다. 온몸을 밀며 세계를 당기는 달팽이처럼.
‘인생을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쌓인 아집과 편견을
책을 통해 지혜로 조금씩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책은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 도구이기도 하다. 양질의 독서를 하다보면 지혜는 당연히 쌓이기 마련이다. 지혜는 정신을 맑게 해주고 다른 세대와의 차이를 좁혀준다. 인생을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쌓인 아집과 편견을 책을 통해 지혜로 조금씩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책과 함께라면 보잘 것 없던 내 인생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희망이 나에게는 아직도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쓸쓸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낸 『스토너』 라는 책을 추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부동산을 보러 다니는 사람보다 책 보러 다니는 사람이 많은 사회를 꿈꾼다. 지인에게 연락해보자. ‘나랑 책 보러 갈래?’
정우신
201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비금속 소년>, <홍콩 정원>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