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관한 그림책


미국의 시인이자 극작가이자 배우인 존 하워드 페인은 <즐거운 나의 집> 첫째 연에서 말했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궁전’에 살며 ‘즐거움’ 속에 파묻혀 산다 할지라도, / 내 집 같은 곳은 없네”

이 노래를 해바라기는 이렇게 불렀습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 꽃 피고 새 우는 집 내 집 뿐이리 / 오 사랑 나의 집 / 즐거운 나의 벗 집 내 집 뿐이리”

집은 소중한 공간입니다. 언제든 돌아가야 하는 돌아갈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가장 익숙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고, 때로는 환상적인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집은 따로 있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풍경과 함께합니다. 타이완과 일본, 미국 작가들이 이야기합니다.


1. 『집』

린롄언 지음, 이선경 그림∣밝은미래∣48쪽∣2021년

집이 알록달록하니 참 이쁩니다. 이유는 그냥 종이가 아닌 신문, 카탈로그, 전단, 폐지 등을 찢어 붙여서 만들어서입니다. 콜라주인데, “프랑스어로 ‘풀칠하다’라는 뜻의 ‘coller’에서 유래했으며, 종이, 천, 사진, 잡지, 자연물 등 여러 재료를 캔버스나 화판에 붙여 2차원적 화면이나 저부조로 구성하는 회화 기법”이라고 합니다. 작가가 SNS에 “우리에게 집은 언제나 가장 익숙하고도 그리운 곳입니다. ‘집’은 실제로 존재하는 집일 수도 있고 어렸을 적에 살던 도시나 장소가 될 수도 있겠죠. 우리는 집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안정감을 느끼며, 그래서 아무리 먼 곳으로 떠나더라도 결국 처음 출발한 곳으로 돌아와 우리 자신을 재정비하고 다음 여행을 떠납니다.”라고 창작 배경을 말했습니다.

“여기는 우리집이야 / 매일 여기서 출발해.”로 이야기를 시작하여, 길을 따라가고 작고 파란 트럭을 따라가고 나무를 보고, 파도치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어 작가의 말처럼 “집을 향해 달려가. / 우린 어디를 가더라도, / 우리가 처음 출발한 곳으로 돌아와. / 우리 집으로.” 끝을 맺습니다.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는 거죠. 우리가 사는 공간을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그냥 내가 사는 집만이 아닙니다. 내가 친근하게 여기는 도시 공간 모두를 말합니다. 내가 시작하고 다시 돌아가는 곳 모두가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림책을 넘기다가 다시 보게 되고 어느새 내가 사는 공간을 떠올립니다. 작은 방에서 금정산 계곡에 ‘밖으로 나가자 숲 어린이집’이 보입니다. 녹색 바탕에 이름 하나하나 지붕 창문이 알로록달로록한 색깔로 숲으로 달려 나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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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밤에 우리집은』

수잔 마리 스완슨 지음, 베스 크롬스 그림, 정경임 옮김∣지양어린이∣38쪽∣2009년

환상적인 장면이 펼쳐집니다. 한밤중에 집에서입니다. 집안에는 불빛이 밝게 비치고 침대가 보이고 그 위에 그림책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림책을 펼치자 새가 날아오릅니다. 별이 총총한 밤하늘로 어둠을 뚫고 달님이 솟아오르고요.

우리집은 금정산 끝자락에 오롯이 솟아 있는 작은 아파트입니다. 아침에는 문간방에 햇살이 들어오고 오후엔 거실에서 햇살을 만납니다. 서재에 비친 햇살을 보면서 가끔 꿈을 꿉니다. 이 책은 그런 꿈이 밤에 가능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게 끝이 아닙니다. 해님과 달님이 어우러지고 밤하늘에 새가 어둠을 노래합니다. 어떻게 이런 그림이 나오는가 싶었는데, 판화기법을 사용한 것입니다. 어둠 속에 집 위로 달님이 떠 있고 숲 나무 새 지붕이 굵은 테두리를 경계로 뚜렷하게 되살아납니다. 전체는 어둡지만, 흰 테두리 선으로 오히려 선명하게 집과 나무 새, 지붕을 드러냅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첫 페이지에 “집으로 들어가려면 열쇠가 있어야 해.”라는 구절과 함께 꼬마 소녀에게 열쇠를 건넵니다. 마음의 준비 하라고, 마음을 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집안에는 불빛이 환해.” 구절과 함께 주변엔 해님이 보입니다. 표지에는 달님이 보였고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열쇠를 입구에 걸어놓고 들어갑니다. 달빛에 비친 집안 풍경이 보입니다. 침대 위엔 바이올린, 책이 있고 악보대가 보이고 흔들의자 위에는 인형이 있고 옷장 위에는 지구본까지 보입니다. 그렇게 밤이 낮보다 더욱 아름다운 집안이 찬란하게 태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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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집으로 가는 길』

미야코시 아키코 지음, 권남희 옮김∣비룡소∣40쪽∣2016년

밤이 되어 집으로 갑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다양한 사람 풍경이 펼쳐집니다. 불빛을 보고 말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으면서 알 수 있습니다. ‘식당도 책방도 문 닫을 준비를’ 하는 시간이면 집으로 가야 합니다. 밤이 깊어지면 세상은 고요해집니다. 작가는 나무를 태워 만든 목탄으로 나타냈습니다. 힘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명암과 질감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고, 손가락이나 식빵으로 지우거나 문질러도 됩니다. 그렇게 어두운 거리를 걸어가면서 느끼는 밤거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밤거리를 걸으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궁금해합니다. “누군가는 물에 몸을 푹 담그고”, “누군가는 책을 마저 읽을 거예요.” , “누가 역에 가는 걸까요.” 이제 아빠가 마중나온 걸 보면 집이 다 와 가는 것 같습니다. 집으로 가서 자야겠죠.

내가 사는 양산에서 늦은 밤 신도시 가게를 지나면서 걷다 보면, 수많은 상점 창문으로 사람들이 보입니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다고. 그러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책을 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일상이 참 아름답다고. 집이 다가올수록 아쉽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합니다. 아직 밤 풍경이 마음속에 남아 있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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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작은 집 이야기』

버지니아 리 버튼 지음, 홍연미 옮김∣시공주니어∣50쪽∣1993년

“금과 은을 다 주어도 이 작은 집은 절대로 팔지 않겠어. 이 작은 집은 우리 손자의 손자, 그리고 그 손자의 손자가 여기서 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오래도록 남아 있을 거야.”

이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옛날 아주 먼 옛날, 시골 마을 작은 집입니다. 아담하고 아름답고 튼튼하게 지은 집입니다. “작은 집은 언덕 위에 올라앉아 주변 경치를 바라보면서 무척 행복해했습니다. / 아침에는 떠오르는 해를 보았고, 저녁에는 지는 해를 보았습니다.”

도시의 불빛을 궁금해하는 작은 집은 계절이 바뀌고 그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산업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어마무시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작은 집은 말이 끌지 않는데도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내려가는 수레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오래지 않아 길에는 그런 수레가 점점 늘어났고, 말이 끄는 마차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오래지 않아 측량사들이 나타나서 작은 집 앞의 땅을 재어 갔습니다. 오래지 않아 증기 삽차 한 대가 나타나서 데이지꽃으로 덮인 언덕을 깎아 내고 길을 팠습니다……. 그 다음에는 트럭 몇 대가 나타나서 커다란 돌을 쏟아 내리더니, 그 다음에는 자갈을 실은 트럭 몇 대가 나타났고, 그 다음에는 콜타르와 모래를 실은 트럭 몇 대가 나타났고, 마지막으로 증기 롤러 한 대가 나타나서 땅을 평평하게 고르자 도로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림책을 몇 번 펼쳐보고 덮기를 반복했습니다. 이 거대한 변화를 담은 풍경이 놀라웠습니다. 그림을 하나하나 살폈습니다. 한눈에 보고 온 눈으로 보기를 반복했습니다. 결국 이 문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작은 집은 푸른빛으로 변하는 들판을 지켜보았습니다. 나무에 새순이 돋아 오르는 것도, 사과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개울에서 놀고 있는 꼬마들도 지켜보았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달래었습니다. 알았습니다.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았다는 것을. 작은집을 조그만 언덕 위로 옮겼습니다. 그제야 책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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