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에 대한 그림책 모음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올해 그림책의 해를 맞아 시니어 책 추천 사이트 <60book.net>은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해 <시니어 그림책 큐레이션>을 연재합니다.

나이 들어 뒤늦게 만난 취미가 ‘춤(댄스)’이랍니다. 스스로의 신체 능력을 반신반의하며 시작했는데, 벌써 2년을 훌쩍 넘겼네요. 짧은 치마를 입고 거울 앞에서 춤출 때는 저절로 어려집니다. 열정 소녀가 된 아줌마와 할머니들이 줄지어 서서 까르르 웃으며 춤을 추지요.

생각해 보니 오래전부터 춤에 대한 동경과 갈망이 있었어요. 학창시절 장기자랑 시간에 춤을 잘 추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크레타 해변에서 자유롭게 춤추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좋아했지요. 탄광촌 소년 ‘빌리 엘리어트’가 춤(발레)으로 완강한 광부 아버지를 설득하고, 마침내 백조가 되어 도약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가슴이 벅차올랐죠.

춤은 누구나 배우지 않아도 출 수 있고, 국적과 문화가 달라도 소통할 수 있는 마법의 언어입니다. 춤을 연결 고리로 삼아, 삶에 대한 은유를 가득 담은 그림책 네 권을 소개합니다. ‘자신만의 춤(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도 있고, 함께 춤추며 평화를 꿈꾸는 이야기도 있어요.


1. 『샤샤의 춤』

수잔 보자 글, 아나이스 브루네 그림|박재연 옮김| 노는날|2023년|30쪽

샤샤는 꿀을 너무 좋아하고 호기심이 넘치는 곰입니다. 샤샤는 춤추는 꿀벌의 모습이 멋져서 춤을 가르쳐 달라고 조릅니다. 사실 꿀벌은 친구들에게 맛있는 꿀이 있는 곳을 알려주기 위해 춤을 추었죠. 바쁜 꿀벌은 좋아하는 노래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자주 불러보라는 힌트만 주고 일하러 갑니다. 샤샤는 다른 춤의 고수들을 찾아가 그 비법을 캐물어요. 무지갯빛 날개를 가진 나비는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해요. 우아하게 빙그르르 도는 사슴은 ‘자신만의 춤’을 추라고, 실패할 때마다 성공에 가까워진다고 알려줍니다. 앞발을 들어 아름답게 춤추는 말은 ‘머리로 답을 찾을 수 없다면 가슴이 뛰는 소리를 따라가라’고 해요.

춤의 비법을 찾는 여정에서 지쳐버린 샤샤는 잠시 주저앉기도 하지만, 마침내 자신만의 춤을 찾아 꿀벌, 나비, 사슴, 말, 토끼와 함께 춤을 춥니다. 첫 멘토였던 꿀벌은 샤샤 덕분에 잊고 있었던 춤추는 즐거움을 다시 깨달아요.

다정하게 속삭이는 글과 화사한 색감의 그림이 함께 손잡고 춤을 추듯 잘 어우러지는 경쾌한 그림책입니다. ‘춤’이라는 키워드는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고, 친근한 동물 캐릭터들을 통해 삶의 진수를 가볍게 건넵니다. ‘춤은 어려운 게 아니고,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추면 된다고. 중요한 건 스스로 즐기는 거라고. 친구들과 함께라면 더 좋을 거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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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난 나의 춤을 춰』

다비드 칼리 글, 클로틸드 들라크루아 그림 | 이세진 옮김 | 다그림책 | 2024년 | 32쪽

오데트는 부모님에게는 삐쩍 마르고 허약한 딸인데, 친구들이 보기에는 아주 뚱뚱한 아이죠. 담임 선생님에게는 속 썩이지 않는 순한 학생이고, 피아노 선생님한테는 너무 힘든 학생이에요. 오데트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잘 몰라요. 사탕, 초콜릿, 과자,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건 알지만요. 특히 레오 다비드 작가를 좋아해서 그의 책은 줄줄 외운답니다. 사실 오데트의 마음속에는 날씬해져서 친구들의 사랑을 얻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도 있지요. 그래서 맛있는 것들을 몽땅 포기하고 새로 태어나기로 결심했죠.

그러던 어느 날, 꿈에 그리던 레오 다비드 작가가 오데트의 학교로 강연하러 왔습니다. 작가는 교실 문을 겨우 통과할 정도로 뚱뚱한 여자분이었어요. 케이크와 치즈스파게티를 제일 좋아한다는 작가님의 대답에 오데트의 고민은 마법처럼 날아가 버리죠. 그날 이후 오데트는 예전의 오데트가 아니랍니다. 재미있는 책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먹고 싶었던 치즈스파게티를 맘껏 먹은 후, 방으로 들어가 거울 앞에서 자신만의 춤을 춥니다.

다비드 칼리는 특유의 위트를 섞어,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들려줍니다. 어린 소녀들이 건강을 해칠 정도로 다이어트를 하는 현실은 책보다 훨씬 더 심각하지요. 그림책 속 작가처럼 좋은 롤모델들이 많아져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신체와 생각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사랑하기를 바래봅니다. 클로틸드 들라크루아의 그림은 간결한 선과 역동적인 표현으로 이야기의 맛을 살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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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달빛춤』

김지연 지음 | 키위북스 | 2023년 | 44쪽

검은 바탕에 전통적인 느낌의 문양으로 가득 채워진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아요. 신비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 같아 살며시 펼쳐 봅니다. 작가의 글에서 ‘운주사’라는 글자가 보여요. 천불천탑과 와불의 전설로 유명한 절이죠. 판화로 빚은 그림들이 춤추는 곳으로 가 볼까요?

마고할미의 피리 소리를 타고, 아기는 탑들이 별처럼 빛나는 하늘 같은 땅에 도착합니다. 보름달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들이 모여있는 곳이죠. 달빛 아래 모여 춤을 추면 모두 동무가 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답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깨를 들썩들썩 다리를 흔들흔들 한바탕 춤을 추자, 부부 와불도 일어나 미소를 짓네요. 천년 거북이 지상의 아름다운 꿈들을 배에 가득 싣고 보름달과 함께 하늘을 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뭉클하고 황홀합니다.

운주사의 거대한 탑들과 불상들은 누가, 어떻게 세웠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죠. 아무렇게나 서 있는 줄 알았던 탑들과 불상들이 하늘의 별자리와 일치한다니 놀랍지요. 외계인들의 솜씨가 아니라면, 수많은 사람들이 지극한 정성과 간절한 마음으로 만들었음이 분명하죠. 오랜 시간을 건너온 소망들이 작가의 마음으로, 손끝으로 전해져 멋진 그림책이 되었네요. 평화에 대한 불안을 경험한 후라서, 그 소중함이 더 크게 와닿습니다. 보름달이 커다랗게 뜬 어느 밤, 운주사의 탑들과 불상들이 깨어나 평화롭게 춤추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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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춤을 추었어』

이수지 지음 | 안그라픽스 | 2024년 | 66쪽

빨간 표지를 넘기면 검은 바탕 위에 눈을 감은 소녀가 있고, 면지 한 장을 넘기면 하얀 바탕으로 바뀌면서 소녀가 눈을 뜨고 있네요. 한 장을 더 넘기면 ‘작가의 말’과 장영규 음악감독의 <볼레로>를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가 보입니다. 일단 음악과 함께 그림책을 끝까지 넘겨 본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작가의 말’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혼란스러웠던 느낌이 어느 정도 수습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어느 날 작가의 눈에 불꽃놀이 축제 사진과 실시간 전쟁 장면이 나란히 뜬 인터넷 뉴스 창이 들어 옵니다. 너무나 큰 모순이지만 일상이 되어버린 서글픈 현실이죠. 그림책 속 어린 소녀의 춤을 따라가다 보면 아름답고 행복한 장면도, 암울하고 위태로운 상황도 맞닥뜨리게 됩니다. 약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이 춤추기 어려운 세상이라는 걸 문득 깨닫게 되죠. 거대한 악보 같은 이미지들을 해석하느라 머리가 바빠지고, 무감각해진 감각들이 하나둘 깨어납니다.

글 없는 그림책, 음악과 그림책의 콜라보, 책의 물성과 매체성 탐구 등 이수지 작가의 시그니처들이 한 데 모여 춤을 추는 그림책입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지구촌이 공포에 휩싸였을 때 유럽의 베란다와 베란다를 연결했던 <볼레로> 연주처럼, 힘든 세상일수록 음악과 춤을 멈출 수 없고, 평화를 꿈꾸며 계속 나아가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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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그림책연구모임 (어그연)

    변영애

2019년 가을에 결성된 연구 모임입니다.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책을 함께 읽고, 공부하고, 추천합니다. 함께 지은 책으로『어른 그림책 여행』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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