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도 넘게 교사로 ‘학교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가르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했다. 그리고 이제 교직을 마무리 하는 시점에 서 있지만 여전히 답을 얻지는 못했다. 혹시나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오래전 사두고 읽지 않았던 책들을 펼쳐 들었다. 이미 10년 이상 된 책들이지만 지금 읽어도 시간이 흘렀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놀랍도록 교육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반복되고 있으며, 발전했다고 여겼던 환경에서 다시 문제점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작은 힌트를 주는 책 한 권에서 다시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1.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
살만 칸 지음∣알에이치코리아(RHK)∣2013∣312쪽

이 책은 내가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며 좋은 책을 탐하던 시절에 구입한 것이다. 띠지가 그대로인 채 책꽂이에 꽂혀 있던 이 책을 꺼낸 건, 가르치는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 이 시기에 ‘공부’라는 말이 전과는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공부란 무엇이고, 가르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 질문은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나 중요한 화두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칸 아카데미’는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이자 헤지펀드 분석가였던 살만 칸이 2006년, 사촌을 위해 만든 15분짜리 강의 영상에서 시작된다. 이 영상들은 모두 무료로 제공되며, 학습자가 각자의 속도에 맞춰 무한 반복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무엇보다 학습자가 내용을 이해한 후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구성되어 있어 개별 학습이 가능하다. 칸은 기술을 활용하여 질 높은 교육을 저비용으로 공급하고, 교사는 전통적인 강의자에서 코치로 전환하여 인간적 상호작용에 집중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안한 ‘한세상학교’는 모두가 학생이자 교사이며 배우는 동시에 가르치도록 초대받고 격려받는 공간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수학에 자신감을 잃은 나는 지금까지 내가 수학적 머리가 없다는 생각으로 위안 삼으며, 불편함(수학을 잘 못하면 매우 불편해지는 상황이 제법 있다)을 견뎌 왔다. 만약 그 시절 ‘칸 아카데미’와 유사한 무상 동영상을 보고,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했다면? 나에게 맞는 맞춤형 창의적 설명을 들었더라면 ‘수포자(수학포기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그때의 수학에 대한 좌절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적어도 당시 공교육의 모습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칸 아카데미’와 유사한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우리 교육 현장도 코로나 덕(?)에 디지털 기기가 초고속으로 보급되었고 기술을 활용한 교육은 필수가 되었다. 제법 완벽한 인터넷망 구축으로 작가가 말하는 ‘완전학습’의 기회는 그 어느 때보다 가능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한, 공평한 배움’이 정말로 기회인지는 점검이 필요하다. 거대한 배가 방향을 틀어 목표점이 수정된 건 확실해도 암초와 바람과 풍랑은 여전하다. “질문이 있는 교실”, “개인별 학습”, “자기주도적 학습”… 이런 구호들이 진정한 배움과 동떨어진 유행어로 그치지 않도록 교육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
2. 『가르친다는 것』
윌리엄 에어스 지음∣양철북∣2012∣288쪽

이 책의 저자가 던진 교육에 대한 질문들은 내가 교직 생활 내내 품었던 질문들과 닮아 있다. 물론 그가 실천한 노력과 성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 고민의 깊이나 방향성을 깊이 공감한다. 시대도 환경도 다르지만 ‘학교가 어떤 곳이어야 하고,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고민은 교사라면 누구나 던지게 되는 질문이자 숙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사려 깊고 관심을 쏟아주는 어른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은 여전히 있고, 바꾸어야 할 세상이 있으며, 교실은 아이들에게는 물론 교사들에게도 가능성과 변화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고 말한다. 가르침의 시작이 학생을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그는 ‘앞을 보고 앉는 교실이 아닌 서로가 도와줄 수 있는 교실 환경’을 제안한다. 창의적 불복종을 실천하고, 정해진 교육과정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가 각기 하나의 온전한 우주로 상호 작용해야 하며, 표준시험의 맹점을 인정하고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수행과제 등을 제안했다. 이 책의 초판이 30년 전이니 작가가 제안한 교육 환경이 만들어지고, 교육의 가치가 수정되는 데에 걸린 시간이 짧지는 않다. 더욱이 환경의 변화와 가치의 수정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문제점으로 짚은 학교의 모습과 교육의 본질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아니, 오히려 새로운 환경과 가치로 인해 또 다른 문제가 더해졌다.
첫 번째 소개한 책에서 말했던 칸 아카데미가 실천한 ‘공짜 교육’은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접근이 쉬워졌다. 펜데믹 상황을 겪으며 금방이라도 학교라는 공간이 불필요해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교육의 불평등은 여전하다. 과다한 영상 노출로 인해 수업의 집중도는 더 낮아지고, 아이들의 문해력 저하라는 심각한 문제도 드러났다. 자기주도 학습은 단순한 시스템 변화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실 환경의 변화, 교사의 재량 확대, 개별학습을 위한 교육과정 재구성, 학생 인권에 대한 높은 인식 등 가르침의 의미를 재정립하게 도와주는 것들의 겉모습은 갖추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무언가 빠져 있는 느낌이다. 닮은 듯 다르고, 변한 듯 그대로다. 그래서 질문은 계속되어야 한다.
3. 『학교에 괴물이 산다』
윤이나 지음∣알에이치코리아(RHK)∣2014∣312쪽

소설과 논픽션을 오가는 책이다. 교사인 작가가 학교 공간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성장통과 내면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어른의 시선이 아닌, 철저히 아이들 시선으로 학교를 표현했고, 교사와 어른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읽는 내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은 듯한 기분이다.
나 역시 30년을 교사로, 학교 안에서 아이들과 고민을 나누고 성장을 돕는다 노력했지만. 정답이 없는 질문만을 반복하는 느낌이다. 어느 날은 금방이라도 학교라는 공간이 해체되고 온라인 수업이 대안처럼 여겨지다가도, 어느 날은 이 책 속의 ‘연극 수업’처럼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활동에서 깊은 울림과 교육의 가치를 발견한다. 하지만 학생 인권이 강조되고, 교사의 재량이 확장되며, 협업 중심의 통합수업 등 변화된 시스템은 장점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더구나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습득하면서 교사들은 오히려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그래서 여전히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게 한다.
선배들의 고민과 실천 덕분에 더 나아지는 교육환경을 경험했고, 나 역시 그 몫을 해내느라 힘겨웠다. 이젠 그 고민과 질문을 이어받을 후배 교사들이 새로운 가치와 그로 인한 자부심을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강애라
-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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