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함께 하는 그림책

 

나이가 들어서 나무가 보이는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잘 보이는 건 맞습니다. 항상 우리 곁에 있지만 당연하게 여기던 것이 조금씩 다가오는 건 나이가 한몫합니다. 소중함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동네에 나무가 많지만, 그냥 그렇고 그런 나무인 줄 알았거나, 자세히 보지 못했거나, 내 안에 나무가 자라거나, 나무와 함께 자란 작가의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1.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김선남 지음∣그림책공작소∣2021년 ∣ 48쪽

저는 아직도 나무는 어렵습니다. 은행나무, 소나무 등등. 누구나 아는 벚나무는 알고, 메타스퀘이어는 최근에 가로수로 조성한 길이 많아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겨울이면 나무를 알아보기 힘듭니다. 잎도 없고, 꽃이 없어서인가요? 그런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동네에 나무가 참 많지만, 꽃이 피어 알았다거나, 싹이 나서, 커다란 그늘을 보고 알았다는 겁니다. 이야기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꽃이 펴서 알았지./ 벚나무였다는 걸. (…) 연초록 싹이 나서 알았지./ 은행나무였다는 걸. (…) 커다란 그늘 보고 알았지./ 느티나무였다는 걸.(…) 어디선가 풍기는 솜사탕 향기./ 향기 따라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가서 알았어./ 계수나무였다는 걸.(…) 잎새 사이사이 열매 보고 알았지./ 감나무였다는 걸(…)”

그리고 눈이 오고 겨울이 오면 또 나무가 달라집니다. 우리 주변엔 소중한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부터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살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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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겨울, 나무』

김장성 글, 정유정 그림∣이야기꽃∣2020년 | 28쪽

나무가 모두 똑같은 나무가 아닌 것을 몰랐습니다. 나무 뿌리, 가지, 꽃 등도 살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얼마나 힘들게 땅 위에서 버티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꽃 핀 적엔 보지 못했네/ 꽃 잔치 받치던 잔가지들/ 잎 난 적엔 보지 못했네/ 뻗으려 애쓰던 가지의 끝들/ 굳건하던 줄기와 억센 뿌리들”

특히 겨울에 견디는 나무는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겨울이 와도 보이는 게 있습니다. 벌레 먹은 자리, 가지를 잃은 상처, 말입니다. 우리는 겨울에 나무를 잘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나무에게 생겨난 상처는 겨울에야 볼 수 있다고.

나무는 무심히 견딥니다. 나무를 보며 안으며 함께 견디는 힘을 살핍니다. 그늘을 주는 나무만을, 꽃과 잎과 열매만 생각하는 나무만을 넘어서면 나무는 더욱 가까이 다가옵니다. 그래서 가끔 겨울나무를 생각하게 됩니다. 겨울을 보내야 봄이 오고 나무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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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 안에 나무』

코리나 루켄 지음, 김세실 옮김∣나는별∣2021년∣56쪽

나무가 내 안에서 자라고 있다고? 사과, 오렌지, 배, 아몬드, 자두가 열린다고? 또 열매들로 파이를 만들어 함께 나누자고요. 그곳에도 쉴 그늘이 있고 환하게 빛나는 태양도 있다고요.

나무를 타고 꼭대기까지 오를 수도 있고, 그 안에도 바람이 불고 비가 오기도 하고 진흙탕이 생기기도 한다고요. 물고기가 헤엄치는 강물과 푸른 하늘도 있어요.

내 안에서 그 모든 게 이루어진다고요.
나무처럼 아니 나무와 같은 성장이 내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네요.
천천히 읽어봅니다. 내 안에 있는 씨앗은 꽃이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때로는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내 마음을.

이전 책 <내 마음은>이라는 책을 읽고 나를 흔들어 놓았다가 제자리를 찾게 해 주었는데, 이번에는 더욱 깊게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내 안의 나무는 아주 강해집니다.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다른 뿌리들과 함께 이어져 하늘 닿을 때까지 뻗어 오늘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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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무처럼』

이현주∣책고래∣2016년∣40쪽

나무가 자라고 나도 자랍니다. 나무처럼 그렇게 자랍니다. 창문을 통해 본 나무는 키가 자라지만 그것만이 아닙니다.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새들과 고양이가 드나들고, 이웃집 아저씨도 만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도 있습니다. 경비원 아저씨가 나무를 잘랐을 때 기운이 빠지다가 되살아납니다. 가지를 자를수록 키가 더 쑥쑥 커진다는 겁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모두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나무가 자라고 나도 자라는데, 모양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겁니다. 잔잔히 귀를 기울여 보면 알게 됩니다. 나무가 하늘을 향하듯, 나도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로 나아갑니다.

나무와 함께 자란 나는 열일곱 살이 되면 삼층집까지 올라갑니다. 그곳에는 콩이 가족이 살고 있고, 스무 살일때는 사층집에 홀로 앉아 있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스물다섯 살이 되어 아파트 꼭대기 층까지 자랍니다. 이제 어디까지 자랄지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그렇게 아침이 밝아오고 새로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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