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하고 걷기 좋은 5월.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이런 저런 여건들로 훌쩍 떠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속에서 여행자의 시선으로 건축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 안에도 우리가 바쁘게 스쳐지나가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근·현대 건축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건축물들이 간직하고 있는 시간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일상 속 건축 여행에 대해 알려주는 책 3권을 선정했습니다.
1.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구본준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 352쪽


건축 기자 구본준 님의 책으로 인간의 희로애락 감정을 품고 있는 건축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집들은 시대도 다르고 나라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지만 작가는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건축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을 찾으신다면 이 책이 적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주제로 구본준 기자님의 저자강연회를 도서관에서 진행하고자 하였는데, 2014년 이탈리아 출장 중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건축물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나니 이제는 좀 더 다른 시선으로 건축물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에 나오는 건축물들을 올해 안에 직접 찾아가 저자처럼 애정의 시선으로 둘러보겠다는 작은 목표가 생겼습니다.
“세월이 쌓이면 어떤 건물이든 가치를 갖게 된다. 공간을 완성시키는 것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곧 건물과 관계 맺어온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시간이 스며든 공간을 지우고 헐기에 바빴다. 꿈마루의 부활은 그런 점에서 복원 과정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새로 짓는 것만이 건축이 아니라 되살리는 건축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2. 『서울 건축 여행』
김예슬 지음 | 파이퍼프레스 | 2024년 | 576쪽


2015년부터 1,000곳이 넘는 건물을 여행하고 기록하면서 ‘건축여행자’가 되었다는 저자 김예슬님은 여행자의 눈으로 서울의 역사와 건축, 도시와 삶을 기록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54곳의 근현대 건축물에 대해 건물이 왜 지어졌는지, 누가 살았는지, 왜 남겨져 있는지 생각하며 쓴 글들이 재미있고, 새롭습니다. 다른 건축책 저자와 다르게 비전공자이지만 뭐든지 감탄하고 궁금해 할 여행자의 시선으로 발품을 팔며 모은 정보들을 알려주어 더욱 친근하고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따뜻하고 걷기 좋은 5월 주말, 이 책을 들고 작가처럼 서울 건축 여행을 하면 참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가 있는, 건축가의 의도가 깃든 것이 건축이다. 건축 여행은 이야기를 만나고 발굴해 나가는 과정이다. 역사나 실화뿐만 아니라 영화나 콘텐츠 속 로케이션, 해석과 이야기가 있는 장소를 찾아가는 것도 포함이다. 콘텐츠 속 주인공들과 함께 공유하는 도시 서울에서 건물은 이야기를 덧입어가며 단단한 ‘건축’이 된다.”
3. 『그림 그리는 건축가의 서울 산책』
윤희철 지음 | 도서출판 이종(EJONG) | 2017년 | 208쪽


대진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윤희철 교수님의 책입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연재한 경향신문 칼럼 <윤희철의 건축스케치> 원고 중 일부를 단행본으로 모아 출간했습니다. 건축가가 소개하는 서울의 명소와 건축물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펜으로 그린 그림들이 아름답고 감성적으로 다가옵니다. 서울의 궁궐, 서울의 한옥, 서울 중심부 걷기, 대학 캠퍼스 풍경, 한강변 풍경과 현대건축물로 나누어 각 건축물을 소개하는 글과 그림을 보면 그 공간을 찾아가 직접 눈으로 보고, 사진을 찍어 와서 작가처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읽고 나면 서울 건축물에 대한 지식을 얻어 뿌듯할 뿐 아니라 그림 전시회를 다녀온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윤희철 교수님의 다른 책들도 찾아보고, 그림과 글을 찾아서 감상하시게 될 만큼 매력적인 책입니다.
“창덕궁은 법궁인 경복궁과 달리 자연의 지형을 최대한 살려서 건축하여 자연스러움이 잘 드러나는 궁궐이다. 특히 후원의 조경과 건축물이 조화로운데 이를 통해 자연을 대하는 우리 선조들의 자연관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건축물과 각 공간들이 위계가 분명하면서도 자연이라는 요소가 건물의 배치와 건축조형 곳곳에 배어 있다. 창덕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아름답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 주는 가장 대표적인 우리 건축물이다.”

물고기자리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 사서
도서관 인생 16년.
오늘도 도서관으로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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