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있으신 가요? 있다고? 없다고요? 기준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대답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키케로가 말한 ‘영혼’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서재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서재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서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집안 어느 한 곳이라도 내가 읽었거나 읽을 책을 모아 놓은 공간이 서재입니다. 책이 좀 많은 보통 사람들과 유명인들의 서재와 그리고 ‘서재’하면 유명한 에세이입니다.
1. 『책이 좀 많습니다』
윤성근 ∣ 이매진 ∣ 336쪽 ∣ 2015년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알려진 헌책방지기이자 이야기 수집가인 저자는 평범한 사람들의 개인 서재 이야기를 합니다. 헌책방에서 일하다 만난 평범한 사람 중에 애서가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책 없이는 못 사는 ‘책 바보’, 수의사, 번역가, 대학생, 회사원, 백수 등 정말 다양합니다. 그들은 결코 다른 사람들보다 위에 있거나 책 많이 읽은 것으로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집에서 떨어져 있는 곳에 자신만의 그럴듯한 서재를 만들고 싶어한다.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소박한 책상 하나면 있으면 거기가 바로 에덴동산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 정도만 돼도 호르헤 수도사가 부럽지 않다.”고.
몇 사람을 소개합니다. 컨테이너 도서관을 가지고 있는 프리랜서 윤성일 씨는 파주 공장 지대 한적한 곳에 서재를 갖고 있습니다. 크기는 폭 3미터에 길이 6미터로 중고 컨테이너를 개조해서 만들었습니다. 친구들이 자기 공장을 차려서 공장 한쪽에다가 컨테이너 하나 놓게 해달라고 부탁해서 가능했다고 합니다. 창문 하나 달고 모든 벽을 책으로 채웠다고.
대안학교 교사 전희정 씨는 책 읽는 도깨비, 책 있는 책꽂이 서재를 갖고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10년 넘게 어린이책을 만들다 어린이 잡지도 만들었는데 보람도 있지만, 힘이 들기도 했다고. 좀 쉬어야겠다고 1년 자전거여행을 하기도 했답니다. 거실 한쪽 벽면을 자신이 좋아하는 책들로 채웠는데, 자신이 보고 싶은 요괴와 도깨비 책입니다.
자유기고가인 전영석 씨는 책 무지개 뜨는 붙박이 옷장으로 서재를 만들었습니다. 결혼하면서 갖고 있던 책들은 상자에 포장해서 아는 사람 집 창고에 쌓아놓고, 신혼집이지만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현재 갖고 있는 책은 자신이 일하는 작은 방 하나에 책을 몰았다고 합니다. 방이 작다고는 하지만 창문 쪽을 빼면 벽마다 거의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책을 쌓아놓았고, 붙박이 옷장 안쪽을 개조해서 책 두는 곳을 만들었습니다. 손잡이를 잡아당겨 열면 깊숙한 곳까지 책들이 쌓여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느 정도 사람과 책을 견주어 볼 줄 아는 눈을 갖게 되었다는 합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과 책 모으는 사람은 다르다고, 애서가와 장서가의 차이라고. 애서가이면서 장서가인 경우는 뜻밖에 많지 않고 반대도 똑같다고 말합니다. 어느 집에 들어가서 책장을 눈으로 훑어주면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대강 짐작할 수 있다고. 자신은 장서가보다 애서가를 좋아한다고. 이유는 마주 앉아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듣기에 좋고, 책을 대할 때 모두 겸손하고 책 자체를 인격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아서라고 말합니다. 이밖에 한 시인의 전부를 담은 시의 집을 가진 사람, 젖은 책 다림질하는 노자 덕후, 사고 읽고 쓰는 행복한 습관을 가진 프리랜서 등 다양합니다.
2. 『내 인생은 서재에서 시작되었다』
정윤희, 박환희 지음, 임수식 사진 ∣ 카모마일북스 ∣ 208쪽 ∣ 2014년
출판저널에 연재했던 ‘서재에서 만난 저자’ 인터뷰 시리즈로 책을 펴냈습니다. “하나의 작품이 오롯이 탄생 되는 서재의 풍경”을 소개합니다. 저자는 서재를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공간’이라고 합니다. “하나의 단어, 한 문장, 또 한 문장이 어떤 자양분으로 탄생하면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자리처럼 작품의 자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저자에게 인생 최초의 서재는 공간이 아닌 시간 속에 존재했다고 말합니다. 생물 시간 선생님이 수업이 끝날 무렵에 책을 읽어주곤 했다고. 그때 기억이 자신이 훗날 책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된 씨앗이 되었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열두 명의 서재에서 만난 책과 인생이야기가 나옵니다. 서재 이야기만 소개합니다.
안정효의 서재는 ‘책의 향연’이라고. 서강대 영문학과 시절부터 책과의 씨름을 시작한 안정효의 서재는 청춘과 정열과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당시 국내서가 많지 않은 까닭에 원서를 찾아 읽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국내서, 번역서, 사전, 그림, 스크랩북 등 여러 텍스트가 있었다고 합니다. 다락방에는 대학 시절부터 집필한 소설과 그간의 작품을 따로 모아 놓은 서재가 있었는데, 세월의 흔적이 그래도 느껴질 만큼 낡은 책의 모습이 보였다고 합니다.
유영만 교수는 연구실이 서재였습니다. 삼면이 책장으로 둘러 쌓였고, 책이 너무 많아 한 면은 이동식 이중 책장으로, 책장마다 각종 기념 컵과 사진이 보였다고 합니다. 연구실 안쪽 책장에 가려진 숨은 공간에도 작은 책장이 있었다고 하는데, 짬짬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모아놓았다고 합니다.
만화가 이원복 교수 책장은 군더더기가 없다고 합니다. 서재에는 꼭 필요한 자료들과 서적들만으로 채워졌다고 교수는 말했다고 합니다. 책을 소중하게 대하는 편은 아니라고. 서재는 ‘책을 보관하는 자리’일 뿐, 큰 의미는 없다고.
평론가로 등단하여 소설가로 이름을 알린 이인화 교수 서재는 통기타 두 개와 악보가 서가에 꽂힌 책들과 어울렸다고 하는데, 서재는 사람들을 만나는 공간으로서 의미를 두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숙제를 하고 차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라고.
함정임 작가는 여행을 좋아한 작가답게 다양한 모자들이 서재 곳곳에 놓여 있고 작가가 읽어 온 책들, 삶의 이력들이 깃들여 있었다고 합니다. 이 밖에 구본창, 김홍신, 박범신 작가 등의 서재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3. 『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23쪽 ∣ 2002년
전임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이자 편집장인 저자는 “사람들이 마치 빵 굽는 기계 이야기를 하듯이 책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느끼면서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책은 4년간에 걸쳐 썼는데, 그 사이 삶 이야기를 하는 게 흥미롭습니다. “그 4년의 기간 동안 아들이 태어나고, 딸이 읽기를 배우고, 남편과 나는 사십줄에 들어서고 어머니는 여든이 되고, 아버지는 아흔이 되었다.”고. 삶 속에서 서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나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독서의 핵심이란 “새 책을 사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우리의 옛 책들, 우리가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던 책들, 그 질감과 색깔과 냄새가 마치 우리 아이들의 살갗처럼 익숙해진 책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그게 서재와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책들은 현실적인 시간의 경과를 기록하고, 동시에 언제 무슨 계기로 그것을 읽고 또 읽었는지 우리에게 깨워주기 때문에, 그 전 수십 년의 경과 또한 반영한다고 말합니다. 책들이 우리의 삶의 이야기를 써 나간다고 합니다. “책들이 우리 서가에(또 창틀에, 소파 밑에, 냉장고 위에) 쌓이면서 그 한 권 한 권이 우리 삶의 이야기의 한 장(章)을 구성하게 된다.”고.
책의 결혼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몇 달 전 남편과 나는 드디어 책을 한데 섞기로 결정했다.” 남편과 안 지 10년, 함께 산 지 6년, 결혼한 지 5년 된 사이라고. 그 전에 부부의 책은 별거 상태였다고. 저자의 책은 아파트 북쪽 끝에, 남편의 책은 남쪽 끝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고. 아파트에서 서로 격리된 두 멜빌을 바라보며 결혼 생활을 해왔다고 말합니다. 끌렸던 부분은 어떻게 서재가 결혼하느냐, 서재를 하나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말합니다. “매일 밤 우리는 책을 우선 바닥에 정렬시키고, 그 자리에서 내 책과 그의 책을 섞었으며, 그런 다음 책꽂이에 다시 꽂았다.” “책이 바닥에 쌓이면서 우리는 단지 어떤 책들이 함께 가느냐만이 아니라 그 책들이 어디로 가야 하느냐를 놓고 몇 번이나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가장 어려운 순간은 겹치는 책을 정리해서 누구 것을 간직하느냐입니다. 또 혹시 갈라설 때는 대비해서 정말 아끼는 책들은 여분으로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정리가 끝나고 겹치는 책들, 즉 고통스럽게 가려낸 백여 권이 책이 수레에 실려 나갔다고 합니다. 한편 장서들이 흠 하나 없는 질서를 갖추게 되었으나 왠지 약간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 등 다양한 책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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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진과 책, 책과 사진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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