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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간다고 합니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노년이 되면 더욱 가까워집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결국 하루하루 그렇게 살아가는 겁니다. 어떤 작가는 노년의 부모님을 보고 자신을 성찰합니다. 노인의 삶을 다루었지만 결국 자신을 말하는 거라고. 3부작으로 어머니의 삶을 다루거나,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대하거나, 노년이지만 활기 넘치는 인간을 이야기하는 소설입니다.
1. 『내 어머니의 연대기』
이노우에 야스시 지음, 이선윤 옮김 ∣ 학고재 ∣ 2012년 ∣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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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작품을 ‘수필도 소설도 아닌 형식’이라고 합니다. “수필이라고 하기에는 어머니의 노년을 응시한다는 테마의 절실한 무게감과 어울리지 않고, 사소설 전통이 있는 일본에서라면 소설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도 같다”고. 어머니에 대해 썼으나, 진짜 목적은 자신이 닥쳐올 노년에 대한 성찰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소설에는 큰아들인 자신과 남동생 시카코, 여동생 아키오와 구와코가 나옵니다. 아버지가 군의관이었는데, 5년 전 80세로 죽었습니다. 이후 어머니 혼자 남아 자식들이 어머니를 돌보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고향 집에서 지내다가 아들보다 딸 집이 좋다는 조건으로 도쿄에 왔다가 다시 고향으로 가곤 합니다. 어머니가 부의금 책을 챙긴다든지, 환각 증세를 일으키며 늦은 밤 방들을 찾아다니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때마다 자식들은 어머니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머니는 89세로 돌아가시는데, 그때까지 어머니가 기억을 어떻게 잃어가고 왜 잃어가는지에 대해 자식들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함께 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모님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끝없이 묻고 또 묻습니다. 애정이 묻어납니다. 그런 마음으로 읽다 보면 소설은 어느새 마지막에 이릅니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면서 자신은 이렇게 깨달았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세월이 어머니가 평생 걸어온 긴 선을 차례차례 가까운 곳에서부터 지워버린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노년의 삶은 누구에게나 닥치는 일입니다. 그게 결코 아름답거나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겁니다. 내가 노인이거나 내 부모님이 노년이라도 말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치매 노인에 관한 책 속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당사자에게 비극이란 운 나쁘게 죽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손에 속박당하고 가두어져도 저항하지 못한 채 계속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치매에 걸린 것이 자유롭다고 말하는 저자는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그분들을 제어하는,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으로 돌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 책에 나오는 가족들은 어머니를 존중하고 자유롭게 사시도록 도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결국 왔구나』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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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대상은 ‘엄마’ ‘아버지’ ‘형’ 등입니다. 모두 노인입니다. 제목 ‘결국 왔구나’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 오게 되어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가는 곳은 정해져 있습니다. 단편 소설 8편입니다. 결말은 없습니다. <엄마, 엄마 돌아왔어?>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사라졌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엄마가 사라졌는데, 동네 옷가게 남자 신지가 사는 집에 갔다가 치매가 걸려 집으로 왔습니다. 동생 루리는 엄마와 친했지만, 자식 챙기느라 정신없다고 혼자 아파트에 사는 사치가 엄마를 챙깁니다. 그러면서 사치는 알게 됩니다. “인생이란 자신의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아버님, 뭐 찾으세요?>에는 사이토 마리라는 며느리가 나옵니다. 시아버지가 치매에 걸렸다고 의심하지만, 남편은 무시했습니다. 아버지가 역사 교사여서 그런 사실이 알려지는 걸 창피하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그렇지만 방금 먹었던 밥을 또 달라고 하는 행동은 계속되었고, 사이토는 구청에 신고하고, 진단을 받게 하는 등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면서 남편이 그런 행동을 늙어서 하게 될 것을 떠올리며 주먹을 꽉 쥐는 것으로 소설은 끝납니다.
<엄마, 노래 불러요?>는 마도카라는 여성이 나옵니다. 37살에 직장 동료 소개로 마사유키와 결혼했는데, 시어머니가 반대했습니다. 마도카 어머니가 혼자 살고 있어서라고. 나중에 그런 결과가 나옵니다. 시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처지가 되고 남편과 공동 돌봄을 하게 됩니다. 그냥 간병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다집니다. “‘저는 아무리 욕을 먹어도 괜찮으니 일단 시부모님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 혹시 간병을 하게 되더라도 적어도 한 사람씩 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형, 뭐가 잘났는데?>는 5형제가 있는데, 시어머니를 모시는 이야기입니다. 형제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데, 이유를 본문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큰아주버니 부부는 시어머니와 함께 지내면서도 그 마음을 헤아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말을 진심이라고 착각했다. 게다가 시어머니의 상태를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각색해서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나머지 형제들이 마음을 모읍니다.
<엄마, 괜찮아요?>는 조부모 아래서 자란 야요이가 나옵니다. 조부모가 돌아가시고 아빠마저 그러시고 혼자 남은 어머니가 치매에 걸립니다. 그렇게 어머니와 함께 지내게 됩니다. 이런 식입니다. 아마도 노년의 삶을 바라보거나 맞이한다는 것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 이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소설은 그런 이야기를 담아낸 것 같습니다. 노년의 삶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길 바랍니다. 이 밖에도 마음이 열리는 소설이 더 있습니다.
3. 『내가 언제나 바보 늙은이였던 건 아니야』
알렉상드르 페라가 지음, 이안 옮김 | 열림원 | 2016년 |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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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내가 의존적인 늙은이였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을 지나며 육체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는다. 특히 자신의 총구가 언제쯤 침묵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들에게 있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러니까 일흔여덟 해나 넘겨 산 노인들은 주름진 얼굴과 (…)관절염을 가진 존재일 뿐이다.“
주인공 레옹은 아파트 화재로 돈후앙이라는 청년이 구해줘서 살아남았고, 갈 곳이 없어서 요양원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와 자신의 예전 삶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됩니다. 그는 비가 새고 바퀴벌레 등과 함께 소똥 연료로 살았습니다. 이어 이렇게 표현합니다. “삶으로부터 도망쳐 온 사람은 그래서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이라 한 번이라도 여겨 본 사람은 두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짐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는 ”운동선수는 아니었지만 자주 싸움판을 벌였고, 기분 내키는 대로 어리석은 짓을 벌였다. (…) 나는 미치광이처럼 살았고, 그런 만큼 친구도 없었다. 나는 경쟁을 좋아하지 않았다. 경쟁의 대가를 좋아했을 뿐이다.“ 책에 대해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책을 보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 나는 그 뭐냐, 대가라고 불리는 작자들의 유일무이한 작품을 한 줄도 읽지 않았지만, 여태 잘만 살았다. 다른 사람들만큼 놀아도 봤고, 평생 먹은 밥그릇 수를 따져도 도서관에 죽치고 사는 쥐새끼 같은 놈들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 아무리 위대한 문학작품이라 해도 불이나 감자 같은 생필품보다 중요하지 않다.“
시종일관 경쾌하면서도 시니컬하게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지진아’였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인이라도 당당하거나 발랄하게 살 수 있다고 행동합니다. “이 빌어먹을 지구 위에는 양양 실조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생명 연장 장치에 의존해 영양 과잉 상태로 하루하루 죽음의 날을 뒤로 미루는 노인들이 있다. 굶어 죽는 아이들과 불멸을 꿈꾸는 노인들이라니! 참으로 훌륭하다. 죽어야 하지만 죽을 수 없는 노인들과 살아야 하지만 살 수 없는 아이들이 이렇게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하나의 코미디다.“ 소설은 은유와 유머, 경쾌함으로 끝없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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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진과 책, 책과 사진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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