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BOOK학교>탐방기⑦- 생각을담는집




본 글은 2021 60+책의해 <작가와 함께하는 행BOOK학교> 프로그램을 취재한 글입니다.
<작가와 함께하는 행BOOK학교> 생애사 쓰기 – 생각을담는집에서 진행)






‘생각을담는집이라는 이름을 지을 정도라면 응당 이런 곳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용인은 가까우면서 먼 곳이다. 용인이라는 지명의 익숙함 때문일까. 가깝게 생각되다가도 막상 가려면 멀게 느껴진다.

 생각을담는집은 그런 용인에서도 용인 시가지 쪽이 아니라 칠봉산 아래 용담저수지 근처 산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다. 방문하려면 여행을 가는 느낌으로 접근해야 한다. 만약 대중교통으로 접근하려 한다면, 용인터미널에서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 내려서는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마을을 통과하는 길은 항상 운치가 있다. 이만큼 걷기 좋은 길이 어디에나 있는 것은 아니다. 드문드문 나오는 민가. 길을 따라 흐르는 개천. 멀리 보이는 산과 민가 사이마다 있는 텃밭. 아무 목적 없이 걷기 좋은 길이다. 하지만 이 서점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가용을 이용할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길을 걷지 않고 여느 도로처럼 창 안에서 지나칠 것이다.

 생각을담는집이라는 이름을 지을 정도라면 응당 이런 곳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책을 읽기 위해 찾는 것부터 공부의 시작이듯, 어떤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 또한 그 장소에 대한 경험이니 말이다. 우리는 접근성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두는 것은 아닐까. 때로는 이렇게 찾아오기 어려운 곳에 있는 장소가 우리에게 낯선 경험을 안겨주는 것은 아닌가.

 말 그대로 생각이라는 것은 익숙한 것에서 낯섦을 발견하는 과정이고, 우리는 때로 의도적으로 낯섦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꼭 걸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차를 타고 오는 과정에서도 당신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이곳은 우리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물론 이렇게 겁을 주며 말했지만, 자차로 방문할 경우, 그렇게까지겁을 줄 정도로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는 아니다. 따라서 이 서점을 방문하고 수업이나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서점의 위치는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많은 차를 댈 수 있는 넓은 마당이 있기에 주차에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다.

 서점은 마을 사람들과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더 넓게는 용인과 인접 도시에서도 방문한다. 때론 더 멀리서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먼 거리에서도 매번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사색이 필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꿈이 형태를 가지고 현실에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건물에 들어서면 높은 천장과 오른쪽 벽을 가득 채운 서가가 손님을 반긴다. 어떤 생각으로 이런 장소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이 공간을 얼마나 진지하게 대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다. 안쪽 벽은 통유리창으로 이루어졌는데, 실내로 빛이 쏟아진다. 창 아래로 많은 화분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마치 식물원에 온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누구라도 이 서점의 단골이 되는 것을 마다하진 않을 것이다. 공간에 들어섰을 때, 주인이 반갑게 아는 척 해준다면 며칠 동안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좋다. 단지 여기에 앉아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것만으로 정말 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테니.

 카운터 뒤쪽으로 비밀의 방이 있다. 그곳에서 그림책만들기 수업이 진행되었다.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해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특기를 이용해 특색있는 책을 구상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책을 위한 과정이다. 그림이 특기인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각자 자신이 잘할 방법을 고민하고, 강사와 상의한다. 처음으로 자신의 책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어쩌면 꿈이 형태를 가지고 현실에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이들이 책을 만드는 것은 이 서점의 모습과 닮아있다.

 비록 모든 면에서 합리적이지는 않아도, 사람들이 꿈꾸는 모습이 하나의 형태를 이루고 현실에 등장한 것이리라. 그들이 나이를 먹고 이 장소에서 만든 그림책이 꿈이 구현화된 것이라 해도 놀랍지 않은 이유이다.


‘휴식은 가장 쉬운 행위이면서, 가장 어려운 행위이다.’

 

 휴식은 가장 쉬운 행위이면서, 가장 어려운 행위이다. 어쩌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쉰다는 행위의 무게도 변한 것일지 모른다. 우리는 만성 피로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아주 사소한 행동조차도 노동에 가까운 노력과 품이 든다. 점점 사람들이 독서와 멀어지는 것은 이미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수많은 정보를 수용하다보면 우리는 자신 만의 생각을 할 여유를 갖지 못하게 된다.

 그런 지점에서 ‘생각을담는집’이 이러한 위치를 선택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생각을 담기 위해서는 비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비우는 과정은 누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누군가에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얼마나 사소한 것도 버리지 못하고 살고 있는가. 수많은 수행자들이 참선을 통해 아주 작은 것부터 비우려고 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생각을 담는집은 이 곳을 찾아오는 그 과정만으로도 많은 것을 비울 수 있게 해준다.

 많은 것을 비운 사람들이 생각을 담는 곳, 그렇게 담긴 생각이 글이 되고 그림이 되는 곳. 우리의 동화책도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리라.


이태형

소설가. 탄광촌에서 태어났다. 대학 시절 매직리얼리즘을 접하고 유년 시절의 삶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현실의 삶은 언제나 환상보다 놀랍고 잔인하다.
지은 책으로 불신에 대한 내용을 그린 『그랑기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