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BOOK학교>탐방기⑥- 도그책방




본 글은 2021 60+책의해 <작가와 함께하는 행BOOK학교> 프로그램을 취재한 글입니다.
<작가와 함께하는 행BOOK학교> 생애사 쓰기 – 도그책방에서 진행)






도(서관 옆)그(림)책방이라는 이름은 이 서점이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책방 이름은 운영철학과 방향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도그책방’의 이름은 왜 도그책방일까. Dog 즉 강아지라도 서점에 상주하고 있기 때문일까? 만약 점원 노릇을 하는 귀여운 강아지를 기대하고 서점을 방문했다면 당신은 실망할지 모른다. 도그책방의 도그는 그 의미가 아니니깐.

 도그책방 옆에는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이 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국공립으로 운영되고 있는 유일한 그림책도서관이다. 이것만으로도 순천이 책에 특히 그림책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서점이 위치한 주소는 ‘도서관로’이며 도그책방 같은 서점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공간과 도서관이 함께 문화를 만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도그, 도(서관 옆)그(림)책방이라는 이름은 이 서점이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책을 판매하는 서점과 열람하고 빌려주는 도서관은 얼핏 방향성이 달라 보이지만, 결국 독서라는 본질적인 의미를 공유하고 있다. 누군가가 이기고 지는 승부가 아니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순천이라는 도시는 수도권에서 바라봤을 때는 작은 도시이고, 주변의 군과 같은 변두리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교통과 문화의 중심이 되는 요지이다. 지역에는 그런 도시가 몇 개 있는데 이러한 도시의 역할은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전국 대부분의 중소도시들은 먹고 마시고 노래부르는 가시적 성과가 확실한 축제에만 신경을 쓰는데 반해. 순천과 같이 도서관에 신경을 쓰는 도시에 산다는 것은 시민들에게도 감사한 일이다.
 
또한, 이러한 방향의 정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의 의식 수준의 영향도 있으며, 선순환에 의한 결과로 보인다.그런 순천에서 도서관 옆에 그림책방을 운영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도그책방은 아주 작은 서점이다. 외부에서 보면 마치 세련된 문방구처럼 보이기도 하고, 기념품을 파는 곳 같이 보이기도 한다. 문을 열고 내부에 들어서면 기념품처럼 보이는 물건들이 소품이 아니라 모두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실내 그네의자다.


‘나는 지금 그 의자에 앉아 이 글을 쓰는 상상을 한다.’

 

 아이가 아닌 성인이라도 집에 그네의자 또는 흔들의자를 놓는 로망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극소수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영화에서도 어떤 사람의 거실에 그네의자가 있다면 사람들은 무엇보다 그 소품에 시선이 사로잡힐 것이다. 앉아 보라는 권유에 부끄러워 앉지 못한 게 지금은 조금 후회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기분은 경험하는 것보다 상상하는 쪽이 더 짜릿할 때가 있다. 그렇게 나는 지금 그 의자에 앉아 이 글을 쓰는 상상을 한다.
 
 서점이 좁다 보니 도그책방은 도서관 앞에 강의를 위한 공간을 하나 더 마련했다. 안에 가구나 책이 많지 않아서일까. 오히려 서점보다 훨씬 넓어 보이는 공간이다. 강의 공간의 입구는 서점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아이보리색 벽돌 벽과 틸(teal)색의 넓은 창과 문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을 보인다. 지나는 사람 모두 여긴 무엇을 하는 곳일까 관심을 보이기 충분하다. 건물 왼쪽 구석 직육면체의 도그책방 간판이 없었다면, 홍차를 파는 곳이라 오해했을 것이다.

 문은 아주 부드럽게 열린다. 사람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수업을 대한다. 특히나 오늘은 유서 쓰기에 대한 시간이다. 60살, 요즘 시대에는 죽음을 논하기에는 조금 이른 나이다. 오는 대는 순서가 있어도, 가는 대는 순서가 없다는 농담을 주고 받는다. 오늘 수업 주제를 다 알고 왔지만, 그럼에도 막상 유서를 쓰려고 하니 멋쩍고 민망해하는 표정을 보인다. 한 분이 진지하게 글을 쓰기 시작하자. 다들 장난기 있는 표정을 버리진 못했지만, 하나둘 팬을 든다.


‘가족 모임과 글쓰기 수업은 동등하게 소중하다.’

 

 어쩌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죽음 앞에 너무 진지함보다는, 한 겹을 걷고 바라봤을 때 오히려 본심을 마주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남을 가족에 대한 걱정이 많다. 나의 죽음보다 남은 가족의 화목을 바라는 것. 그것이 삶의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하는 일도, 했던 일도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글쓰기를 배우며 서로 친구가 된다. 특히 교사 출신 수강생들은 특히나 글쓰기 수업에 나온다는 것에 다른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작은 도시에서 서로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은 어디에 살고 무엇을 하는 지 알게 되는 것, 도시에서의 친분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형성 한다. 또 하나의 글 가족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 모임과 글쓰기 수업은 동등하게 소중하다.
글로 인해 함께 문화생활을 즐길 친구가 생긴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큰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형태의 유대가 남는다.
 
 실내그네가 당신을 기다리는 곳, 카페가 아니라 판매용이 아니기 때문에 수준 높은 원두를 사용하는 주인이 계신 곳. 어른들이 그림책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곳. 이곳이 바로 도서관 옆 그림책방, 도그책방이다.


이태형

소설가. 탄광촌에서 태어났다. 대학 시절 매직리얼리즘을 접하고 유년 시절의 삶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현실의 삶은 언제나 환상보다 놀랍고 잔인하다.
지은 책으로 불신에 대한 내용을 그린 『그랑기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