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BOOK학교>탐방기②- 미래문고




본 글은 2021 60+책의해 <작가와 함께하는 행BOOK학교> 프로그램을 취재한 글입니다.
<작가와 함께하는 행BOOK학교> 생애사 쓰기 – 미래문고 에서 진행)


인천에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인천에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특히 오래된 동네일수록 특유의 정취가 강하다. 분위기, 정취, 그게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과연 대답할 수 있을까. 느낌을 정의하기란 어렵다. 정작 인천에서 살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골에서 올라와 도시는 다 그런 것인 줄 알았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마치 물 안의 물고기가 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훗날 서울에 살게 되면서 생각했다. 인천이란 곳은 오래된 도시면서, 시골스러운 면과 지방 소도시 적인 모습 그리고 계획도시적인 모습까지 모두 담은 다양한 얼굴이 공존하는 곳이다.

부개역은 이름 그대로 부평이 시작된다는 뜻처럼 1호선을 타고 가다 인천에서 만나는 첫 번째 역이다. 수도권 동네의 역사는 지하철 노선도의 구조와 크게 영향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런 지점에서 이 동네도 독특한 면이 있다. 명확한 이름의 의미와 달리, 그 의미를 모르거나 여기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송내역과 부평역 사이 어느 지점에서 경기도와 인천으로 나뉘는지 모를 것이다. 부개역에는 용산과 동인천을 왕복하는 직통열차도 정차하지 않는다. 경계에 자리한다는 것, 그 사실은 대부분 양쪽의 혜택을 누리기보다 양쪽에서 소외되는 자리에 항상 위치한다.

1호선은 인천을 남북으로 갈라놓았다. 1번 출구로 나오면 북쪽으로 넘어가는 고가도로가 그늘을 만들고 있다. 복잡하게 덧대고 기워 만든 도시의 모습이다. 마을과 상가 그리고 대로가 공존하는 경계의 마을 그것이 부개역 남쪽 출구의 풍경이다.




이 서점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서점이면서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두 얼굴을 함께 지니고 있다. 

 

경인로 부개사거리 한 평범한 건물의 지하에 미래문고가 있다.

계단을 내려가면 그림책이 보인다. 문 안으로 문구류가 보이고, 서가에는 참고서와 지도책 여행책자 등도 보인다. 어린 시절 익숙했던 서점의 모습, 오래된 모습의 공간이다. 옛 서점의 정취가 강하게 풍긴다. 문구류를 사기 위해 책을 사기 위해 들렸던 추억의 장소다. 서점 안쪽에 사람들이 모여, 문학과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카운터에서는 복사도 하고 팩스도 보내는 문구점의 역할도 한다. 행정구역을 나누는 경계, 남북을 나누는 전철의 경계, 마을과 상가의 경계. 여러 경계가 교차하는 곳에 자리를 잡아서일까. 서점의 내부도 서점과 문화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질 듯하면서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이 서점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서점이면서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두 얼굴을 함께 지니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둘 중 하나의 모습만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이라면 분명히 이 서점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아, 여전히 이곳에 자리 잡고 있구나.

 

지금 여기에서 잠시 서점의 미래에 대해 고민한다. 책만 팔아서 유지할 수 있는 서점이 있을까. 이제는 불가능한 꿈일지도. 하지만 이 오래된 서점은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미래문고 – 독서, 영화, 문화모임’ 서점 안쪽으로 절반의 공간은 상시 모임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었다. 책장이 구역을 나눠주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열린 공간이다. 이 미묘한 경계는 오히려 안정감을 준다. 벽을 둘러싼 서가에는 지금까지 진행한 행사들의 배너가 걸려있다. 그 뒤에 아직 책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세로로 길게 늘어진 배너는 커다란 책이 서가에 꽂혀있는 것처럼 보인다.

배너를 본 후 서점을 둘러보면, 그곳에서 팔고 있는 모든 것이 인테리어를 위한 소품처럼 느껴진다. 간혹 보이는 오래된 책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의미가 교차하는 장소, 어쩌면 가장 글쓰기를 시작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사람들은 여기에 모여 함께 시를 쓴다. 시를 쓰는 사람들은 글쓰기를 배운다. 글쓰기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콘서트를 함께 하고, 책갈피나 파우치를 만들기도 한다. 서점은 책을 파는 곳간에서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변해 간다. 이런 모습들은 독서라는 단어의 뜻을 넓혀 준다. 책을 읽는 것이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함께하는 장소로 나오는 과정이다.

시간과 장소, 나는 어느 시간 이곳에 있을 것이고, 당신도 어느 시간 이곳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만나지 못하겠지만, 이 장소를 본 것만으로도 기억 속 어느 서점의 모습을 이미지로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반복되는 삶의 길에서 부개역이 아니라면 다시 찾지 못할지도 모를 특색 없는 사거리에서 어느 날 다시 이 서점을 발견할 것이다.

아, 여전히 이곳에 자리 잡고 있구나. 

 

결국 서점이란 점점 책을 파는 것이 우선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우리에게 책은 슬픈 얼굴로 기억될지 모른다. 우리는 책을 사고, 집에 돌아가 책을 펼치는 것보다, 이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책은 배경이 되고 장식이 되겠지만 다른 의미로 불멸을 얻는다.

문고라는 말은 얼마나 운치있는 단어인가. 판다는 것보다 책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만 같다. 당신의 집에 책장이 있다면 좋겠다. 그 책장에 단 한 권의 책만 꽂혀있더라도 그 책장의 존재로 당신의 집에는 서재가 있는 것과 다름없다.
미래의 문고가 당신의 집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당신의 집과 서점, 두 장소는 같은 의미를 지니고 모든 시간 모든 장소에서 이어져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의미와 생각들이 아주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이태형

소설가. 탄광촌에서 태어났다. 대학 시절 매직리얼리즘을 접하고 유년 시절의 삶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현실의 삶은 언제나 환상보다 놀랍고 잔인하다.
지은 책으로 불신에 대한 내용을 그린 『그랑기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