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대가 60+글자로 건네는 책 이야기> 2차 우수작 소개


<60+세대가 60+글자로 건네는 책 이야기> 3차 모집 중 (10/5(화) ~ 10/26(화))

상세 내용 확인 및 신청 링크: https://60book.net/60bookstory/


1. 박성근 (책 제목 : 명심보감 강의(정선) / 저자 : 권경상 / 출판사 : 형민사


소감문 전문:

 다섯 살 무렵 처음 대한 책이 이천자문, 명심보감이다. 아버지께서는 세 살 위 형과 같이 이천자문을 외우고 명심보감 구절을 외우게 하셨다. 한글도 깨우치기 전 이였다.
– 착한 일을 하는 자는 하늘이 복을 주시고, 악한 일을 하는 자는 하늘이 화를 내리신다.
–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애닯고 애닯다, 수고로우신 은혜 갚고자 하는데 그 넓이가 하늘만큼 넓어 끝이 없도다.
그동안 여러 형식의 명심보감 책이 나왔고 책꽂이에 꽂아놓고 아이들에게도 읽기를 권했지만, 그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자녀들을 기르며 내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명심보감 구절은 ‘황금을 쌓아 자손에게 물려주어도 그들이 다 지킬 수 없고 책을 쌓아 전해주어도 다 읽지 못하니 남모르게 음덕을 쌓아서 자손에게 삶의 지표를 세워줌이 지혜로운 길이다.’이다.
내 몸이 수고로워 남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자세로 살아왔다.   자녀들을 위해 걸음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 
자녀들을 교육할 때는 내 몸가짐에 대해 늘 긴장했고, 내 몸에 채찍을 가하며 살 듯 자녀들에게도 엄격하게 채근하며 살아왔다.
자녀들을 직접적으로 사랑하기보다, 그들이 살아갈 주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70이 넘어 손주들이 많아지고, 여유시간이 생겨 그동안 하지 못했던 대학과정도 마치고 책을 많이 읽었다. 
한문책도 독해를 해보고 싶어 새로 나온 명심보감을 구해 읽었다. 
“公孫丑曰 君子之不敎子는 何也있고. 孟子曰 勢不行也니라. 敎者는 必以正하여 以正不行이어든 繼之以怒하고 繼之以怒면 則反夷矣오 夫子 敎我以正하시되 夫子도 未出於正也라하면     則是父子相夷也니 父子相夷면 則惡矣니라.”
공손추가 묻기를 ‘군자가 직접 자식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맹자가 대답하기를 ‘부모가 직접 자식에게 교육을 행하지 못하는 형편은 가르침이 실제로 행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반드시 정도를 갖고 가르침을 행한다는 뜻이요. 부친이 정도를 갖고 가르침을 행했는데 자식이 실천하지 않으면 자식에게 노하여 꾸짖는 일이 뒤 따르게 되고, 부친이 자식이 실천하지 않는 이유로 노하게 되면 도리어 자신의 마음을 상하게 만든다. 
자식이 생각하기를 부친께서 정도를 가르치시는데 부친께서도 행실이 정도에서 나오지 않는다.라고 여기면 이것은 부자가 서로를 상하게 하는 것이니 나쁜 일이다.’ 
이 가르침을 보고 나 자신을 돌아봤다. 나는 자식을 가르침에 있어서 나 자신이 갖춰진 인격적 토양에서 가르친 것이 아니고 나를 의식하며 긴장하는 자세로 대해 왔다.
지금의 생활환경을 극복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강박관념을 갖고 살아왔다. 자녀를 칭찬하기보다, 잘못을 지적하면서 ‘내가 살아온 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열약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살아왔는데, 너희도 사회를 이끌고 이로움을 주기 위해서는 더 노력해야 한다.’ 며 사랑을 베풀기보다 가르치려 들었다.
부모세대는 사랑을 생산하는 시기요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는 사랑을 누리는 시대라 나름 생각하고 자녀에게는 강한 채찍을, 손주들에게는 좀 더 여유롭게 대하고 싶었지만 생각대로 되어지진 않았다.
나의 잘못된점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말로서 가르치기보다 묵묵히 실천하며 자녀들에게 스스로 깨달음이 올 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마음이 너무 급했다. 
자녀들의 생활을 너무 틀에 맞추려 하여 자율적으로 자기를 가꾸어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늦게온 깨달음이지만 늦게라도 알았다는게 그래도 다행이라며 스스로 위안해본다.

2. 박인숙 (책 제목 : 죽은자의 집 청소 / 저자 : 김완 / 출판사: 김영사)


소감문 전문:

 “죽지 못해 산다”라는 말이 있다.
산다는 것이 그만큼 힘들다는 말일 게다. 결국 그렇게 힘든 것. 즉 ‘사는 것’보다도 더 힘든 것이 바로 죽는 것이라는 말이 된다.
비록 ‘자연사’일지라도 죽는다는 것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게는 공포이고 두려움인 것은 말할 필요조차도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들. 그들에겐 사는 것이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이었을까?

​이 책의 저자는 특수청소업을 하는 사람이다.
강박증 환자들이 모아 놓은 엄청난 쓰레기, 고양이의 사체 등도 처리하지만 주로 홀로 죽어 부패 된 사람의 사체를 처리하고 현장을 청소한다. 개중엔 자연사도 있고, 범죄로 인한 피살자도 있지만 주로 자살자들이 많다. 가난, 고독, 억울함, 지병 등 그 이유들은 다양하다. 저자는 그런 현장의 끔찍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그리면서 고인들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깊은 통찰과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을 이끌어낸다.

스스로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마지막 모습은 내 머리에서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고,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어쩌면 영원히 풀지 못할지도 모르는 숙제를 남겼다. 
“가장 좋은 것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태어날 수밖에 없다면, 그다음으로 좋은 것은 우리가 나왔던 곳으로 재빨리 돌아가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철학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는 모두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나는 누군가에 의해서 보내진 존재다. 즉 生命을 받은 존재. 다시 말해서 ‘살라는 명령을 받고 태어난 존재’다.
따라서 내가 돌아가고 싶다고 재빨리 돌아가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
다만 어차피 살아내야만 하는 生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하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만 한다.
생로병사의 비참함은 그 어떤 생명체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하긴, 최근의 자연 생물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사고가 아니면 영원히 죽지 않는 생명체도 있다고도 한다. 심해 어디엔가에 산다는 해파리의 일종과 민물이나 호수에도 산다는 플라나리아과의 와충류, 그리고 바닷가재라 불리는 ‘랍스터’ 등이 그것이다.
그런 특수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한 번 태어난 생명체는 반드시 죽게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그들의 생존본능은 할 수 있는 한 죽음을 피하고 싶어 하고 생을 연장하려고 한다.  
특히 인간들의 삶에 대한 욕망은 ‘길가메시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기술이 발달 하는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을 죽이는 인간들도 많다는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만의 아이러니다.  
인간외의 다른 동물은, 식물은, 그 어떤 것도 자신을 죽이는 일은 하지 않는다. 

​“답을 찾지 못했을 때는 자연을 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 만큼 자연과 더불어 자연의 방식대로 사는 것이 답이라는 말이다. 
또 ‘우생 마사(牛生馬死)’라는 말이 있다.
강한 물살에 소와 말이 같이 떠내려갈 때 말은 물살을 거슬러 열심히 뭍으로 헤엄치다가 힘에 부쳐 결국은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죽지만, 소는 힘을 버리고 물살과 함께 떠내려가다가 살아남게 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어떤 시련은 이겨내기 힘들면 그냥 묻어가다 보면 답이 생긴다’라는 뜻이다.

​세상은 어쩌면, 염분 함유량이 보통 해수의 여섯배에 달하는 염호와 같아서 산다는 것은 ‘살아내야만’ 하는 버거운 것이지만, 때로는 애쓰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가라앉지 않는, ‘살아질 때‘ 도 있는 것 같다.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이 힘이 들 때면 한 번쯤, 물 흐르는 대로 가만히 몸을 맡겨 보자. 우직한 소가 되어 보자. 조용한 가운데에서 어쩌면 신은 미세한 음성을 들려줄지도 모른다. 

​”자살은 이 비참한 세계로부터의 참된 구원이 아니라 외관적인 구원일 뿐’이며, 
또 이 ‘참된 구원을 위한 최고의 윤리적 목표에 도달하기를 거부하는 
도피’에 불과하다.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

3. 양병선 (책 제목 : 날마다 만우절 / 저자 : 윤성희 소설 / 출판사 : 문학동네)


소감문 전문:

코로나 감염병에 취약한 노인으로 밖에 나가는 게 걱정이 되어 집에서 탤레비전만 보는 게 지루해 단편소설을 펼쳐들었다. 글씨가 작아 돋보기 안경을 쓰고 읽으니 눈이 피곤했지만  단편소설이 재미있어 책을 놓지 못하고 계속 웃으면서 읽었다.   내가 지나온 이야기를 작가가  경험한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해서 위로 받고 삶에 상처난 구멍들을 치유하는 보람찬 시간을 보냈다. 책은 나 같은 노인에겐 구원이다.

4. 노순예 (시 제목 : 그 집 울타리가 예쁜 이유 / 저자 : 최명숙 )


소감문 전문:

울타리가  아름다운  이유  를 
읽고   옛 고향  집  생각이  떠 올라
기억을 더듬어    삼십여년  전   추억을  
상기하며  시인님의    아름다운  울타리를   
회상하며   그 시절의   저의 삶을 글로 적어 봅니다.

수 십년전   충청남   공주   시내에서  4키로 이상  떨어진
시골 동네에  살았던  추억이  주마등 처럼  떠 오릅니다.
남매인  두 자녀가    귀산 초등학 교   다닐적에
학교에서 가까운 곳,
우성면 반촌리 에 파아란     함석 집에서  살았죠.
우리가  흙 벽돌 집을  개조하여   불  태워   생활 하던
아궁이 를 헐어내고   편리한 입식   부엌 만들고
거실도 크게   확장 해서   둥근  나무 기둥으로  버팀목  
만들고,예쁜 커텐도   달아 걸었죠.

앞  마당엔  화초와 분재로   아담한  정원도 만들었죠.
봄에 피는  연 분홍  빛
사랑스런  연산홍  꽃나무,
작은 잎새,소사나무   분재,
뒷 산에서  찾은   키 작은  솔 나무,

사립문   양쪽엔  뽀얀 백  목련꽃  나무와
자주빛 자목련    꽃나무가  든든히 서 있었죠.
마당 둘레에는  하얀색 각목으로 울타리를
세우고  사이 사이에는  빨간   울타리  장미꽃을 심었습니다.
계절마다    곱게 피어나는   꽃들 과 앞 산에  휘어진 노송들을  
바라보며   자연속 에서  아이들을  키울수 있어
축복  이었습니다.

그림같은  우리집 전경이  아스라히  떠 오릅니다.
뒷 곁에는 장독대가 있고   산 밑 집이라  대나무  울타리가  둥글게 심어져  있었지요.

대나무는 뿌리가  왕성하여   산 사태를  막아주는  고마운  
우리집 지키미가 되어 주었고   봄이면  노오란  황 매화가 
황금빛   울타리가  되어 주었고
거실 앞  창문  너머엔  아이보리색 수국,발꽃이  소담하게 피어
주고  그 옆엔  커다랗고 맛 좋은 월화감  나무가 가을이면 
발갛게     익어 갔지요.

지나보니  제가  엄청 부자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꿈  결 같이  살아
왔음을   느낄수 있어 감사 합니다.
책 을 통해서,
시를 통해서,
좋은 글  접 하며  이 가을에  
저역시    시를  쓰고   글을  쓰는   
여인이 될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이런 기회 주심에 고맙습니다.

5. 노희택
(책 제목: 춤추는 왕자님, 별을 쏘다 / 저자: 프라미스 / 출판사: 씨 에듀테크)


소감문 전문:

 글씨가 너무 작아 읽기 어려움을 호소했더니, 출판사에서 큰글자 도서로 다시 출간해주어 감동하며 읽었습니다. 

손녀가 좋아하는 방탄소년단(BTS)이 나오는 역사소설이라고 해서 읽으려고 했는데, 글씨가 너무 작아 눈이 피로하여 몇번 들었다가 내려놓았습니다. BTS가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손녀 아이가 왜 좋아하고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환호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나는 나이가 87세의 할아버지이지만, 늘 새로운 문물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손자, 손녀에게 사진도 주고 받습니다. 동영상 편집을 하여 아이들에게 보냈을 때, 우리 할아버지 멋지다는 칭잔을 받으면 그게 무척 기분 좋고 행복합니다. 나이가 많이 들어서 운전대를 계속 잡는 것은 민폐라는 생각에 운전면허증은 예전에 반납하였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신문이나 책을 읽기 힘들어진 것은 너무나 슬픕니다. 작은 글씨가 어른거려서 눈이 피로하니 책을 오래 읽을 수가 없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가까이 할 수 없다는 것은 나를 참 서글프게 합니다.

그러던 중 최근에 나는 다시 큰 즐거움을 찾았습니다. 읽고 싶었던 그 소설책이 <큰글자 도서>로 다시 출간되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보낸 문자 한 통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BTS 음악이란 무슨 음악이라니?” 그렇게 문자를 보냈는데, 어르신들이 작은 글씨 때문에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출판사의 대표가 제 딸입니다. 나는 세상의 모든 출판사가 제 딸같은 마음이었으면 합니다.

지금 이 글도 추석에 다니러 온 제 딸이 타이핑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없이 행복합니다.

6. 신경희
(책 제목 : 인생은 지금 / 저자: 다비드칼리 글 세실리아 페리 그림 / 출판사: 오후의 소묘)


소감문 전문:  

 예순이 넘어 손녀를 키우면서 그림책을 처음 만났다. 처음에는 아이들만을 위한 책인줄 알았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장르였다. 그림책을 보며 내 어린시절을 떠올리기도 하고, 아이들과 깔깔깔 웃고, 때론 뭉클함에 꼭 껴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인생은 지금’이라는 그림책은 신문에 소개된 내용을 보고 딸과 동네책방에서 구입한 책이다. 일만 하느라 하고 싶은 것들을 미뤄왔던 남자와 어떤 모험도 하지 않으려는 여자가 은퇴한 후 나누는 현실감 있는 대화와 따스한 그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마다 “지금은 말고”라고 답하는 그림책 속 여자의 모습에서 젊은 시절 하고 싶은 것 앞에서 머뭇거렸던 내가 떠올랐다. 다행히 남자는 “그러다 시간이 다 가버린다고. 나랑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싶지 않아?”라고 다시 말을 건네며 둘은 지금의 인생을 즐기는 소소한 모험을 시작한다. 그림책을 덮으며,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생각해보니 예전부터 꿈꾸었던 올레길 걷기여행이 생각났다. 조금만 걸어도 아픈 무릎 때문에 감히 도전하지 못했지만, 쉬엄쉬엄 가다쉬다 하다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다음에, 돈을 더 벌면, 몸이 괜찮아지면’하는 마음으로 미루어 둔 게 많았다. 그림책을 덮고 나는 제주도 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나는 바람을 좋아한다. 제주의 바람이 나의 걸음을 이끌어줄 것이다. 그리고 곁에는 인생은 지금이라고 말해주는 책 한 권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