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대가 60+글자로 건네는 책 이야기> 5차 우수작 소개


<60+세대가 60+글자로 건네는 책 이야기>는 5차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참여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60+책의해에 대한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심사위원 심사평



60+세대에게 2021년은 더없이 귀한 해였습니다. 시니어독서에 무심했던 대한민국사회에서 ‘60+ 책의 해’ 선언을 했으니 말이지요. 처음엔 이 선언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진행하는 여러 ‘60+ 독서사업’과 이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많은 분들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저 한탄하며 주저앉아 있기보다는 작은 물꼬나마 틔우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60+세대가 60+글자로 건네는 책 이야기’만 보더라도, 1차 때에는 편수가 미달이었더랬지요. 그러나 12월 5차에는 너무나 많은 분들이 응모를 해주셔서 60편을 고르는데 아주 애를 먹어야만 했습니다. 2배 이상 보내주시는 바람에 너무도 아까운 글들을 떨어뜨려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그 중 6편의 우수작을 고르는 일은 참으로 고통이었습니다. 애초에 세워뒀던 심사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 수가 아주 많았기 때문이지요. 하는 수없이 기존의 원칙에 하나를 더 보탤 수밖에 없었습니다.
곧, ‘60글자 이상이면서 깊은 여운이나 감동을 주는 글, 작품 이해가 깊고 표현이 성숙한 글, 어리숙한 듯하지만 진솔하고 실천성이 돋보이는 글’에 ‘60+ 세대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감상문(추천평)’을 추가한 것입니다. 물론 이 역시 주관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혹여 수상작에 오르지 못했더라도 크게 상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12월로 이 행사는 마무리가 됩니다. ‘60+ 책의 해’ 역시 그 깃발을 내리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운동을 통해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시니어 독서의 필요성과 가치, 그리고 이에 대한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겠지요.

그동안 귀한 책과 글, 그리고 더없이 소중한 경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함께 아름다운 시니어독서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백화현 선생님


‘60+세대가 60+글자로 건네는 책 이야기 5차 심사는 전과 조금 다른 기준을 적용하여 심사했습니다. 책이야기를 건네는 일은 살아온, 살아가는, 살아갈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로가 되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자기 나름의 색으로 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따스한 온기를 나누고 보이지 않던 대상에 관심이 생기는 서평을 선정했습니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내는 답답한 현실이지만 소소한 일상 속 책읽기를 하며 기쁨을 찾는 서평, 책모임에서 함께 읽기를 하며 나와 무관한 삶인 아프카니스탄의 정세에 귀를 쫑긋 세우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서평, 제주에서 해녀로 살았던 독자가 시로 만난 제주 해녀이야기는 시가 어렵지 않게 다가왔다는 서평에 솔깃해졌습니다.

5차 심사는 정해진 몇 편의 우수작을 고르기가 어려웠습니다. 보내주신 작품 수도 2.5배 정도 증가했고 서평 내용도 거의 대부분 훌륭했습니다.

60자 서평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책 읽고 건네는 책이야기가 새롭게 피어나는 생부터 내면의 화사함이 꽃피는 노년의 삶까지 공감하는 멋진 시간이 지속되기를 기대합니다. 

– 김동헌 선생님

1. 배홍숙
 (책 제목 : 타인에 대한 연민 / 저자 : 마사 누스바움 /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소감문 전문:

<타인에 대한 연민>이란 제목 밑에 원제목인  ‘The Monarchy of Fear (공포의 군주)’가 있고, 부제인지 이 책의 주제인지 ‘혐오의 시대를 우아하게 건너는 방법’이란 글이 있다. 각각에서 어떤 연관성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런 제목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 (그래도 제목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대안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밤 느꼈던 통렬한 무력감에서 시작됐다는 이 책 
내용은 인간이 갖고 있는 감정들을 사회적, 정치적, 철학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고 있다.
다루고 있는 중요 감정으로 두려움, 분노, 혐오, 시기심을 들었는데 그것들이 왜 생기는지, 어떤 현상과 결과를 초래하는지, 어떤 오류를 갖고 있는지 조목조목 이해시켜 준다.
그런 감정들 때문에 역사 속 강국의 정치 상황과 결과, 현재 미국에서 나타나는 인종차별, 성차별, 종교 갈등, 진보와 보수의 대립 등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사회현상이 만연해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모습이며 우리나라의 현실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타인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한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 등 우리가 나아갈 바를 제시해준다.
다양한 예술 작품, 합리적인 토론, 사랑을 실천하려는 노력, 비폭력에 대한 의지 등 세상을 바꾸려는 인간의 작은 감정의 변화, 인식의 변화가 희망이며 실천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또한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민주주의 사회, 불평등 개선, 차별과 혐오에 대한 인식 변화가 그 증거라 얘기한다.

나는 저자가 생각한 것 중에 ‘청년들의 공공업무 의무복무 제도’는 정말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의무 군복무제도처럼 모든 청년들이 삼 년 동안 노인 돌봄, 아동 돌봄, 사회기반 시설 작업 등 다급한 문제들을 해결한다면 각 개인이 갖고 있는 편견을 깨고 다양성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군에 들어가서 상대를 죽이는 훈련을 하는 게 아니라 나와 다른 약자를 돕는 것! 얼마나 멋진가? ‘공공업무 의무제도’를 수행하고 나면 청년들이 아름답게 성장한 멋진 시민, 멋진 성인이 될 거 같다. 
저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도 나는 이런 아이디어만으로도 설렌다. 물론 제도가 만들어 지고 실천하게 되기까지 어마어마한 시간과 갈등의 사건들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를 진단하고 이해하는 ‘마사 누스바움’ 같은 훌륭한 사람들이 있으니 언젠가는 품위 있게, 우아하게 우리는 시대의 난제들을 해결하려는 방법들이 하나, 둘 만들어 지리라 생각한다.
희망이 실천과 행동의 동기가 되어줄 것이라 믿으며…

2. 장석민 (책 제목 :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 저자 : 문태준 / 출판사: 마음의 숲)


소감문 전문:

받아들여서 새로워지는 것을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살아가면서 받아들여야 할 때가, 혹은 받아들여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렇다면 “받아들이다”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잘 아시겠지만 다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①다른 문화, 문물을 받아서 자기 것으로 되게 하다
②사람들에게서 돈이나 물건 따위를 거두어 받다
③다른 사람의 요구, 성의, 말 따위를 들어주다
④조직체나 가정 따위에서 어떤 사람을 구성원으로 들어오게 하다
⑤어떤 사실 따위를 인정하고 용납하거나 이해하고 수용하다
⑥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비판 따위를 찬성하여 따르다. 또는 옳다고 인정하다
사전적 풀이는 이와 같이 되어 있습니다.
받아들여야 할 것들이 많죠?

요즘에는 맞벌이 부부가 많다보니 아기를 돌봐줄 곳을 찾게 됩니다.
다행이 시부모나 친정부모가 돌봐 준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에서는 아기를 돌봐줄 보모나 어린이집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기는 새로운 보모나 어린이집을 잘 받아들일까요?
아기의 마음속을 모르니 정확히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린 아기 일수록 받아들이는 것이 빠릅니다.
아무런 이해타산 따지지 않고 받아들이고 순수하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하여 저울질 해보고 계산 하게 되는 것입니다.
받아들이는 것을 아주 빠른 시간에 계산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몇 날 며칠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받아들여서 그 동안에 이루어 놓은 틀을, 관계를 어긋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마음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쓴 문태준 시인은 책 제목을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라고 했는데 이 말은 김용택 시인의 인텨뷰 내용 중에 나온다고 합니다.
“나무는 눈이 오면 그냥 받아들여요. 눈이 쌓인 나무가 되는 거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새가 앉으면 새가 앉은 나무가 되는 거죠. 새로 받아들여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거죠”라고 했답니다.
새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연에서는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인간은 태어나서 엄마 품에서 자라고 어느 정도 자란 후에는 유치원, 초중고교, 대학교를 다니게 됩니다.
처음으로 새로운 환경을 접했을 때,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받아들이는 과정이 나이에 따라 다르죠.
물론 사람에 따라서도 다르겠지요.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게 되면 받아들여야 할 것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성간의 서로 다른 생활방식, 양쪽 집안의 가풍,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등 모든 것들이 낯설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대부분 잘 융화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인내하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겠지요.

이 책의 지은이는 101가지 소제목으로 하여 지은이가 겪은 일이나 만난 사람들 혹은 세계 각국의 시인, 소설가, 화가, 스님, 교수 등 많은 사람들의 저서, 말씀 중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만한 것들을 썼고, 지은이의 생각을 더하여 책을 펴낸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곁에 두고 읽어 볼만한 책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창문을 활짝 열었을 때 와락 달려드는 바람은 얼마나 상쾌합니까?
그 바람을 받아들이니까 상쾌함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바람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창문을 계속 닫아 두면 상쾌한 바람을 느낄 수 없는 것이지요.
받아들인다는 것, 받아들여서 새로워지는 것은 마음의 창을 여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얼마만큼 잘 받아들이면서 살아 왔는지 생각 헤 보는 계기도 될 것입니다.
받아들여서 새로워지는 것은 어쩌면 마음이 한 계단 성숙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마음을, 그런 지혜를 갖는 계기가 되시기 바랍니다.

3. 김란 (책 제목 : 엄마, 사라지지 마 / 저자 : 한설희 / 출판사 : 북노마드)


소감문 전문:

북풍이 예사롭지 않은 오후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도서관을 찾았다
엄마 사라지지 마..라는 제목에 이끌려 책을 꺼내 들었다

며칠 전 엄마를 뵈러 납골당에 다녀와서인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리움과 보고픔에 젖어들어 허리 아픈 줄도 모르고
돋보기가 불편한 줄도 모르고 전부 읽어버렸다.

작가는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홀로 남은 구순 어머니를 보면서 가슴에 아린 맛이 저며오는 것을 느끼며 겨울나무 같은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싶지 않은 절박함을 사진을 찍고 다큐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같은 모습으로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엄마는
푸른 잎이 낙엽으로 탈바꿈하듯 본연의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21p
“바깥은 빛으로 가득하지만 엄마는 사그라지고 있다” 55p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촉촉해지면서
어느덧 나의 모습이 될 사실을 떠올리며 스산함에 빠진다

“손등 위에서 출렁이는 주름들
강처럼 깊거나 시냇물처럼 가느다란 물결들”133p
전화기 밥그릇 이불 거울까지도 어머니를 남기듯 카메라에 담는 모습 속에
가장 가깝고 편안하고 고마운 어머니라는 사실을
살아생전에는 깨닫지 못한 후회가 밀려온다

지금 나는 딸에게 어떤 존재일까
“우리는 언제나 함께 있었지만 언제나 서로에게서 멀리 있었다”167p
라는 구절에 답이 있는 것 같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도 떨어지지 않는 책을 안고 대여해서 귀가했다

과거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를 만들어가는 어머니
숙연해지는 어머니의 삶
그리고 내가 살아야 할 어머니의 시간
모든 것을 사랑하며 베풀고 살리라
어머니같이.

4. 구미정
(책 제목 :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저자 : 할레드 호세이니 / 출판사 : 현대문학)


소감문 전문:

아프리카 여행 중 케냐 나이로비의 길거리 헌책방에서 발견해 홀리듯 빠져든 책이었다. 
2년 후 독서모임에서 또다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의 내전과 혼돈 속에서 혹독한 차별과 억압의 삶을 살았던 두 여성 마리암과 라일라. 두 여인의 성장사와 우정은 고통스럽고 아름답다. 
 
나는 이 책에서 저자 할레드 호세이니의 웅변을 들었다. <연을 쫓는 아이>와 그의 세 번째 작품 <그리고 산이 울렸다>까지 그가 발표한 모든 작품에서 작가는 일관되게 자신의 고국 아프가니스탄의 현 실정과 탄압 받는 민초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세상을 향해 부르짖는다.
 
작가의 위력이다. 

이 책을 읽은 이후로 나는 전에는 관심 없던 나라 아프카니스탄의 정세에 귀를 쫑긋 세우게 되었으니까.

5. 성미욱 (책 제목: 우리 어멍은 해녀 / 저자: 허유미 / 출판사: 창비교육)


소감문 전문:

나는 손주들을 도서관에 데려다주다가 우연히 포스터를 보고 혹시나 하고 글을 쓰고 자식들에게 부탁해서 응모해 본다. 나는 해녀이다. 어릴 적 많이 배우지는 못해서 십 때부터 아직까지는 해녀로 일하고 있다. 예전에 다른 동네 해녀 친구 중에 딸이 책을 내었다기에 선물로 받은 책이 생각났다.

‘우리 어멍은 해녀’은 주로 제주도 해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집이다. 청소년용 도서라지만 많이 배우지 못한 나에게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시와 그림이 함께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준다. 특히 제주어 방언으로 씌어진 시들도 있어서 나중에 손주들이 자라서 함께 읽으면서 제주어 방언도 익힐 수 있을 듯싶다.

시집을 읽다 보면 몇 몇 시들이 특히 내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한다. ‘눈물 한 방울’이란 시에서 ‘바다는 해녀의 눈물 한 방울’이라는 부분에서 내가 두려워했던 바다에서 내가 흘렸던 눈물들이 바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경험하고 있는 바다에 대해서 어쩜 잘 그려냈는지 딸을 시인으로 키운 해녀 친구가 부럽기도 하다.

점점 개발로 파괴되는 제주도 환경에 대해 다룬 부분에서도 내가 눈물을 흘리게 한다. 아직까지 해녀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상군해녀로 내 몫을 열심히 한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야겠다.

6. 강영심
(책 제목 : 슬픈 세상의 기쁜 말 / 저자: 정혜윤 / 출판사: 위고)


소감문 전문:  

코로나 시절은 슬픈 시절이다.
정해윤피디는 지금 이 시절을 살게 하는 기쁜 말, 기쁜 단어들에 대해 썼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따뜻한 사람들의 언어다. 우리를 살게 하고, 살아가는 힘이 되는 말들의 향연이다. 전작인 [앞으로 올 사랑]이 책 속의 세계에서 이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제시했다면 이 책은 사람의 언어, 가슴을 울리고 귓전을 울리고 결국은 우리를 뜨겁게 만드는 살아있는 말들이 있다. 

오늘 결국 위드 코로나를 마감하게 된다는 슬픈 뉴스를 접했다. 작은 식당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조금씩 괜찮아지려던 상황이 늘어나는 확진자 숫자로 슬금슬금 걱정되더니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앞으로도 자주 되풀이될 것이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역시나 이번 연말도 망했다. 그럼에도 다시 시작될 새해가 있다는 걸로 위안을 삼는다. 
이제 칠십, 얼마나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 알 수 없지만 책 속에는 절망 속에도 따뜻한 희망의 언어와 사람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자유, 약속, 품위/ 배지근해지다/ 눈맛, 무게 제로/ 하쿠나마타타/ 일기, 동화책, 컵/ 꽃이 폈어/ 달, B119/ 유리창/ 목소리, 이름, 우리, 인생의 전문가/ 돌고래, 아더 사이드, 스틸 뷰티풀” 등은 각각 단어들마다 아픈 사람들의 사연이 있고 그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살아가게 만드는 기쁜 말이다. 모든 단어들 속에 담긴 사연과 희망의 제시도 좋았지만 특히 ‘눈맛’ 부분이 좋았다. 두 지적 장애아를 키우는 아빠의 이야기인데 아이들과 낚시하는 즐거움이 그의 인생의 즐거움이었다. 찌를 던져 넣고 기다리는 즐거움 중에 ‘눈맛’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에게 “눈맛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이 마침내 벌어지는 것을 볼 때의 바로 그 맛, 제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어서 몇 번이고 눈을 비비고 보게 만드는 그 기쁨을 말하는 것이었다.(책 p, 80)” 나도 ‘눈맛’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고 좋아한다. 당연히 음식을 다루는 사람이라서 모든 음식은 ‘눈으로 한 맛’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다른 뜻이면서 결국 같은 뜻인 ‘눈맛’을 만나서 좋았다. 그렇게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