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대가 60+글자로 건네는 책 이야기> 2차 모집 중 (9/1(수) ~ 9/2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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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성근 (책 제목 : 경애의 마음 / 저자 : 김금희 / 출판사 : 창비)
소감문 전문:
나는 오래 전 은퇴했다. 이제 젊은 날들의 추억은 예순 다섯 내 가슴에만 산다. 그러던 어느날 김금희 작가의 책 ‘경애의 마음’이 내게 다가왔다.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틈입하는 전율이 있었다. 작가는 내게 큰 선물을 준 것 같았다. 작품 제목 ‘경애의 마음’ 때문이었다. 경애씨의 ‘경애’와 공경하고 사랑하는 ‘경애’(敬愛)의 ‘중의성’ 은 내게 선택의 즐거움과 상상의 폭을 넓혀주었다.
그리고 특별히 ‘상수’의 아픔이 마음에 닿았다. ‘상수’는 나였다.
나는 평생 직장생활에서 처세술이 뛰어나지 못했다. 그러므로 ‘상수’처럼 인사철마다 자주 밀렸다. 나의 담담한 아날로그는 발 빠르지 못했다. 운 좋게 가끔은 내 정신을 닮은 상사를 만나 겨우 내 헤진 자리를 기워낼 수 있었다.
내 경쟁자들은 ‘상수’의 경쟁자들처럼 모질고 강했다. 나는 그 경쟁자들과 겨루면서도 그가 들을 수 없게 세상만을 향해 도와달라고 하소연했었다. 그러나 세상은 자주 뒤돌아 앉았다. 그렇게 세상이란 관객 앞에서 나의 방백은 하릴없었다. 그런 나는 하는 수 없이 경쟁자의 곁불을 얻어 쬐는 날들이 많아졌다.
활짝 웃어도 누구에게나 쓰라린 고독은 있다. 이 척박한 시대는 더욱 그렇다. 나를 닮은 상수와 경애, 그리고 조 선생 같은 외로운 이 땅의 아웃사이더들에게 차마 사랑한다는 말은 못해도 경애(敬愛)의 마음으로 따뜻한 안부 하나 매달아주고 싶다. 물론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삶은 갈팡질팡했다. 직위도 ‘팀장 대리’나 ‘과장 보’처럼 경계가 없이 어정쩡하다. 그러나 적어도 서로를 경애(敬愛)했다. 언뜻 패자들의 쓰라린 위로의 나눔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것은 살아남기 위한 아웃사이더들의 눈물겨운 연대나 품앗이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그들은 대체로 빈 거리를 떠돌았지만 분명 각자의 수북한 신념과 정체성이 있었다. 서로의 동질감을 엿보며 진솔하게 서로를 토닥여 주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빨랫줄을 버텨주는 서로의 바지랑대였다. 그렇게 아직 세상은 까치밥 남겨두듯 따뜻한 것 같았다. 다만 그들은 소수여서 눈치 빠른 다수의 목소리와 힘에 밀렸을 뿐이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끝으로 책을 덮었다. 이제 문장은 끝났다. 그러나 나는 상수와 경애, 그리고 조 선생이 내가 읽은 책에서 튀어나와 현실에서도 당당해지길 바랐다.
작품은 작가에 의해 강자와 약자가 결정된다. 그렇게 작가가 흘리는 말의 물길을 따라 작중 권력은 나누어진다. 아웃사이더를 사이에서도 권력은 분리된다. 작품 속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도 있고 일찍 사라진 자도 있다. 그렇게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웃음과 아픔들을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전송한다. 그리고 은밀히 그들의 역할을 가른다. 작가의 계획이자 권력이다. 그러나 독자는 작가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그가 설정한 강자와 약자를 바꿔 해석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도 작가에 의해 ‘상수’는 초약자로 분류되었다. 돈을 내고도 아쉬운 얼굴로 탑승하는 합승자였다. 그러나 내게 있어 ‘상수’는 초강자다.
지금 나는 오랜만에 동해 바다에 와서 작은 민박집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창문의 커튼을 젖혔다. 어둠 사이로 사람들이 사는 방에 하나 둘 불빛들이 켜졌다. 나는 얼른 웃자란 내 마음의 불을 껐다. 무심코 창틀의 먼지를 쓸어내자 함께 쌓였던 적막이 바스락거렸다. 먼 바다에 배 한 척이 떠있었다. 작자미상의 풍경이다.
그 적막의 끝에서 민박집의 낡은 거울을 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거울을 지켜보았을까? 나도 이제 늙었다. 어쩌면 이제 치열한 숨바꼭질을 멈춰야할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꿈까지 버리진 않을 것이다. 라일락을 바라보는 그 감정은 무뎌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날 많이도 일어서고 뒹굴었다. 그러나 참 고마운 시간들이었다. 잘 가라, 젊은 날들아.
몇 마리 갈매기 떼가 멀리, 아주 멀리 날아가고 있다. 내게 근황을 묻고 있다. 참 고맙다.
“안녕, 경애(敬愛)하는 아웃사이더.” 끝.
2. 이윤재 (책 제목 : 법정스님이 두고간 이야기 / 저자 : 고현 / 출판사: 수오서재)
소감문 전문: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이 있는 한 나눌 것은 있습니다.”
법정 스님이 평소에 한 말씀을 책에서 봤습니다.
나는 70살이 가까운 나이에도 일을해야 먹고 살 수 있다. 젊어서는 애들 가르치느라 바빠 노후를 위해 모아 놓은 돈도 없다. 그래서 이 나이에도 초등학교 지킴이를 하며 가계를 꾸려나간다. 그러다보니 남을 돕는다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일요일 텔리비전을 보니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삶이 그리 비참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생활모습을 보자니 마음이 끓어올랐다. 그래서 선듯 3만원을 기부했으니 법정스님이 하신 말씀은 맞는 것 같았다.
“사람에게 마음이 있는 한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이다.”
3. 구명순 (책 제목 : 멀리 그대의 안부를 묻는다 / 저자 : 나태주 / 출판사 : 시아북)
소감문 전문:
나태주 시인의 명사산 추억은 첫구절부터 참 속시원하다.
“헛소리하지 말아라 누가 뭐래도 인생은 허무한 것이다. 먼지 날리는 이 모래도 한때는 바위였고 새하얀 조그만 뼈조각 하나도 한때는 용사의 어깨였으며 미인의 얼굴이었다.”
소꼽장난을 좋아했던 유난히 흰 피부의 소녀는 이제 세명의 손주를 가진 흰머리의 할머니가 되었다.
“두번 말하지 말아라 인생은 고해 그것이다. 즐거울 생각 아예 하지 말고 좋은 일 너무 많이 꿈꾸지 말아라”
살아보니 알겠다. 삶은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게 아니라 힘겹게 버티며 살다보면 행복한 순간도 온다는 것을… 관록의 시인은 우리가 잠들고 쉬고 잠시 즐거운 것도 다시금 고통을 당하기 위함이라 했다.
시인의 말처럼 나는 오늘도 고통의 바다에서 눈이 부신 꿈을 꾸고 그리운 이들을 마음속 깊이 되뇌여본다. 고통을 잊게하는 것은 소중한 이들을 깊이, 오래 사랑하는 마음일테니…
4. 심상신 (책 제목 : 여행의 이유 / 저자 : 김영하 / 출판사 : 문학동네)
소감문 전문:
은퇴를 하고 그동안 못했던 여행이나 실컷 할 참이었다. 사업을 정리하자마자 미국 여행 3개월을 하고 돌아오니 동남아에서 몇 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사를 위해 여러 나라를 몇 번이나 들락날락하다 이런! 코로나 복병을 만났다.
나는 왜 그렇게 여행을 하고 싶어 했을까 생각하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었다.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술술 풀어낸 그의 여행기를 읽다 보니, 어느새 그 작가의 삶의 이유를 써놓은 글이었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특별함을 나의 일상에도 그대로 적용한다면, 나의 삶의 매일이 여행일 것이다.
매일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여행자처럼 새로운 눈으로 봐야겠다. 코로나로 집 앞동산이나 산책하는 정도지만, 동네 앞산에서 만나는 이름 모를 새소리에 귀 기울이고, 잎사귀 피고 지는 나무를 보아야겠다. 매일의 삶에서 인생 여행의 이유를 곱씹어 보게 해준 책을 읽게 된 것이 다행이다.
5. 김복선 (책 제목: 고백 / 저자: 최명숙 / 출판사: 지식과감성)
소감문 전문:
최명숙 시인의 고백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말을 몇 문장으로 함축해서 전하는 ‘시’에 관해 잘 배우지 못한 저는 시를 이해하기가 어렵다고만 생각하고 외면했었습니다.
그런데 최명숙 시인의 ‘고백’이라는 책 속의 시는 제 가까이에 있는 평범한 소재들-담쟁이, 민들레 꽃, 봉선화, 새똥, 구름과 나무 등-을 중심으로 쓰여져 한 번만 읽어도 쉽게 이해되고 공감됩니다.
3년 전 이맘 때쯤, 저는 친동생 보다 더 가깝게 지내던 아끼는 지인과의 사이에 작은 오해가 생겨 그 친구가 저의 연락을 받지 않고 마주쳐도 저를 외면하여 마음이 아프고 괴로워하던 시절이 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최명숙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담쟁이가 위로 뻗어가는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졌고, 동시에 그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금이 가 버린 그 친구와의 우정을 여러 방법으로 메꾸어 보려 나름대로 애썼지만 방법을 몰라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금이 간 그대 마음을
잎으로 가려 주고
꽃잎으로 틈을 메꾸며
그대가 담 위로 손을 흔들 때까지
줄기차게
마음 쓰며 기다리는 거예요
라고 시인님이 노래한 시구를 읽고 이 방법이 해답이라 느껴졌습니다.
그 친구가 마음을 열고 손을 흔들 때까지 내가 줄기차게 마음쓰며 기다리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위로가 되고 마음이 편안해 졌습니다.
그 후 시인과 연락을 하여 시에 대한 감상을 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만나게 되고, ‘고백’ 시집이 출판된 후에는 시인과의 만남을 통해 독서토론회도 참여하고, 또 zoom 미팅으로 시인과의 대담도 갖는 영광도 얻었습니다.
‘시’를 어렵게만 생각했던 지난 날의 저에게 ‘시’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 주고, 이후로 계속해서 독서 습관을 가지게 좋은 영향을 주신 시인께 감사드립니다.
6. 신경희
(책 제목 : 지금 혼자라면 맹자를 만나라 / 저자: 박경덕 / 출판사: 페이퍼스토리)
소감문 전문:
거리두기로 집안에서만 지내야 하는 답답한 일상 중에 인터넷 서점을 들어갔다가, 도서 “지금 혼자라면 맹자를 만나라”를 보면서 지금 내게 필요한 책인듯하여 주문을 했다.
며칠 뒤에 도착한 책 표지에 씌어 있는 “내 삶의 주인이 되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라”, 맹자를 읽는 것은 ‘세상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고 ‘나는 누구인가’를 아는 것이다. 라는 소제를 보며 이 책이야말로 코로나로 외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신의 한 수’네 하는 마음으로 읽는 중이다.
오래전 나온 책인데 그때에는 다른 강의 봉사직에 매진할 때여서 일반서적을 읽을 새가 없었고 이제라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음미하듯 한 장씩을 넘기면서 지난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 지금의 처지와 앞으로 남은 생을 생각한다.
책 중 맹자와 양혜왕의 대담 중에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정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뭔 차이가 있습니까?”라는 맹자의 질문에 “차이가 없소”라고 하는 왕의 답에 이어 저자의 변으로 “사람 사는 세상은 정치가 시작이요 끝이다. 그런데 요즘 정치가들은 정치가 무얼 의미하는지,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듯하다. 단지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세월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야!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칼이 잘못한 것이야. ~~를 앵무새처럼 되뇌며, 일신의 부귀영화를 위한 도구로만 생각하는 듯 하다.~~ ”라는 구절이 있다.
이 책이 나오던 10여 년 전보다 지금은 더 극심하게 정치가 사람을 죽이는 세상으로 변해감을 통감하며 나와 같은 세대를 살아온 노년 –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 돌아가는 세상을 관조하며 살아가는- 들에게는 우리 젊은 날 일그러진 정치를 바로 세워보자고 어깨동무해가며 나섰던 혈기 넘쳤던 그때를 떠 올리며 주저앉는 다리에 힘을 불어넣고, 정치를 하는 이들, 정치에 뜻을 둔 이들에게 다시금 정치가 무엇인지를 알고 바른 마음과 자세로 다가가게 하는 지침이 되며 젊은이와 중장년 세대들도 한 번은 반드시 읽으면 좋을 도서로 추천하면서 집콕의 지루함 책과 함께 홀로 즐기기를 또한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