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을 때 추천하는 책


마음도 자꾸만 가라앉는다. 중력에 의한 당연한 결과처럼 말이다. 중력을 거스르며 뜨게 하는 부력을 가지고 있다면, 가라앉는 마음에도 적용하고 싶다. 요가는 중력에 익숙한 내 몸의 자연스러움을 거스르도록 하는 운동 동작이 많다. 그래서 처음엔 낯설고 힘들다가도 하다보면 몸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당연하게 가라앉는 것이 이치라 여기지 않고, 마음의 부력이 생기게 하는 책들을 모았다. 스스로 부력을 만들고 싶어서다.


1. 『마음의 부력(제4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21년)』

이승우 , 박형서 , 윤성희 , 장은진 , 천운영 , 한지수 저자∣문학사상∣2021∣367쪽


소설에 탐닉했던 시절에 보물처럼 사 모았던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한동안 사지도, 읽지도 않았다. 만들어진 이야기가 주는 매력이 시들할 만큼, 사는데 고단했었나 보다. 그러면서도 습관처럼 이 작품집을 사서 줄 맞춰, 연도 별로 책꽂이에 모셔두었었다.

이제는 삶에 덜 치이는 나이가 되었다.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자연스럽게 다시 소설의 매력에 빠져본다. 대상을 받은 ‘마음의 부력’이라는 제목에 끌려, 몇 년 지난 수상 모음집을 읽었다. 수상작 모음집 특유의 구성 덕분에, 내용을 읽기 전에 심사평부터 접하게 되는데, 이 점이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준다.

대화체를 빼고는 단락 구분도 없다. 말하는 이가 ‘나’이며, 등장 인물은 필요에 의해 등장하는 아내와 몇 명의 인물 뿐이다. 그럼에도 전개가 유려해 술술 읽힌다. 갑작스런 형의 죽음, 형의 부재인 삶을 살아낸 나와 어머니의 이야기다. 치매를 앓는 노모가 그동안 숨겨온 속내를 알아차리게 하고, 그런 노모를 직면하면서, 나는 형의 부재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죄책감을 풀어낸다.

작가는 수상소감에 “<마음의 부력>은 남긴 말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된 남은 사람들, 그 말들에 붙들려 상실감과 자책감에 시달리게 된 이들의 마음을 훑어본 소설”이라 했다. 대표 심사평에 “작가의 치밀한 내면묘사와 섬세한 문체는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주제의 관념성을 감동의 깊이를 통해 극복하고 있는 소설적 성취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허구라 하기엔 소설 속 이야기들은 세월이 더해질수록 내 이야기이자 내 주변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삶에 치여 무시하거나 알아차리기 힘든 감정이 글로 표현되면, 무시했던 이유까지 선명해지기도 한다. 물론, 알아차린다해서 생활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감정을 바라볼 수 있다면, 가라앉는 감정에 부력을 만들 힘이 생긴다.

인간은 가족으로 시작해서 가족으로 마무리되는 순환 속에 있다. 부모로부터 분리되어 내 가정을 이루고, 다시 자식이 나로부터 분리되는 순으로 시간은 흐른다.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게 되고, 자식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또다시 나를 돌아본다. 이처럼 세월은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기회가 된다. 부모를 떠 올리면서 읽어도 좋고, 나이가 들어가는 나를 바라보는 자식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좋다. 나는 읽으며 마음의 부력이 생겼다. 대상 수상자의 다른 작품을 보는 재미도, 오랜만에 문학평을 읽는 진지함도, 그리고 다른 우수작을 만나는 기쁨도 이 이상문학상 작품집 안에 모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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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물컹하고 쫀득한 두려움』

정영선∣낮은산∣2014∣396쪽

오래전 읽었던 위로를 받았던 책이 떠올랐다. 이렇게 ‘읽었다’는 기억이 남는 소설은 흔치 않다. 학생들에게 권할 성장소설을 고르다 읽게 된 책인데, 동성애를 다룬 내용이라 수업에는 활용하지 못했지만 강렬하고 깊은 여운이 있었다. 등장인물 각각이 가진 약한 연결고리가 마치 내 이야기의 다른 버전처럼 느껴졌고, 세상이 아주 작은 차이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주는 소설이었다. 작가는 “들고 있기도, 놓을 수도 없는 얼음처럼 차갑고 미끄러운 두려움을 지닌 사람들과 그런 기억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고 했다. 아마 나에게도 그런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소설의 배경은 부산이다. 특히 산복도로의 묘사가 인상적이었는데, 이 소설을 읽고 실제로 그 길을 찾아가 본 적도 있다. 산복도로에 자리 잡은 돼지국밥집을 은수의 할머니가 운영한다. 은수는 부모님의 이혼(어머니의 동성애로 인한) 이후 할머니와 함께 살며, 자신에게도 동성애자의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그 혼란스러운 환경을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부끄럽지는 않아”라고 자신을 다독이는 엄마,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아빠, 1년에 하루 돼지국밥을 공짜로 나눠주는 할머니. 이들을 보며 은수는 각자의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이 틀린 삶이 아니라는 인식을 서서히 갖게 된다.

작가는 문체에 특히 공을 들였다고 할 만큼. 장편 한 권을 읽는 내내 아름답고 섬세한 문장들이 감동을 더했다. 제목인 “물컹하고 쫀득한 두려움”은 은수가 처음에는 먹지 못하던 돼지국밥을 한 숟갈 떠 삼키는 순간의 식감을 표현한 것이다. 그 식감이 자신이 견디고 있는 변화와 연관된 감정처럼 느껴졌다고 표현했다. ‘마음의 부력’을 주제로 작품을 고르다 오래전 이 책이 떠오른 건, 은수가 “틀린 삶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과정이 바로 부력이 생기는 과정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음이 가라앉는 이유는 다양하다. 두려움을 방치하면 나를 갉아먹고, 결국 땅속 깊이 묻히고 싶을 정도로 가라앉는다. 하지만 그 무게에 익숙해지면 근육이 생기고, 마음을 일으켜 세울 힘도 생긴다. 요가의 거스르는 동작처럼, 처음엔 아프고 어색하지만, 그 지점을 견디면 작고 섬세한 움직임이 생긴다. 물컹한 식감 속에 숨어 있는 쫀득함처럼, 견뎌야만 알 수 있는 감정이 있다. 남은 생은 견디고 직면하면서, 몸도 마음도 부력이 생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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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교양 브런치』

강준만∣인물과 사상사∣2018∣255쪽

10년 전 <지성인을 위한 교양 브런치>를 다시 출간한 책이다. ‘션샤인뉴스’라는 인터넷 신문을 창간해, 밝은 뉴스 중심의 지역 소식을 담았던 글들을 모았던 책으로, 짧지만 에너지 넘치는 글들이 예쁜 삽화와 함께 읽기 쉽게 디자인되어 있다.

10년 전의 뉴스라 지금으로선 시사성은 없지만, 과거의 사건과 이슈를 되짚는 재미가 있다. “그때 이런 일이 있었구나” 싶고, 겉보기엔 많이 변한 것 같지만 여전히 비슷한 것들도 많아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듯하면서도 반복되며 조금씩 나아감을 느끼게 한다. “정치 권력이 정치인들에게 인생의 유한성을 느낄 기회를 차단한다”, “사실은 점점 흐릿해지지만 심리는 반복 회상의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더 부풀려진다”, “청춘은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짧은 문구들도 인상 깊다. 대부분의 뉴스는 비판하기보다는 “나이가 어리거나 많거나, 나이를 가지고 차별하지 않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라는 따뜻한 마무리로 어루만지며 마무리 한다. 짧은 글에서 핵심을 먼저 밝히고, 간단하게 내용을 열거하는 칼럼식 전개는 긴 글을 읽기 힘든 시기에 마음의 부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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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애라

    숭곡중학교 국어교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전 대표. 서울학교도서관모임 회원.

책을 통해 성장한 저는 책과 함께한 시간이 소중해서, 평등하고 온기가 넘치는 학교도서관을 꿈꾸었습니다. 성찰이 있어 평안한 60+의 인생을 향해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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